캐리비안의 해적 : 블랙 펄의 저주( Pirates of the Caribbean: The Curse of the Black Pearl )

예전에 지나 데이비스( Geena Davis )가 주연한 커스트로피 아일랜드( Cutthroat Island )라는 영화가 생각나는가! 참 오래간만에 해적 영화가 개봉되었다. 오래간만이라 그런지 첫주 흥행도 괜찮은 편이고, 스케일도 크며, 배우들의 인지도도 괜찮은 편이다.

역사적으로 해적은 항상 존재했었다. 그리고, 역사서는 항상 이들을 노략질을 하는 악의 존재로 기록한다. 그렇지만, 소설속에서 그들은 영웅으로 거듭나게 된다. 왜일까? 사람들은 뱃사람들에 대한 알 수 없는 환상이 있는 것일까? 아니면 소설쟁이들의 글빨에 속아나는 것일까? 이유야 어쨌든간에 해적이 나오는 어드벤쳐 영화는 나에게 또다른 환타지 영화같은 느낌으로 다가왔다.

블랙 펄이라는 해적선의 선장이었던 잭 스패로우는 부하들의 반란으로 무인도에 버려졌다가 극적으로 탈출한 후, 복수를 위해서 어느 영국령 마을에 나타난다. 공교롭게도 이날 배신한 부하들이 몰고온 블랙 펄이 마을을 덮치고, 이 와중에 제독의 딸이 납치되어 간다. 그들은 저주를 풀기 위한 목걸이와 이 목걸이 주인의 피가 필요했던 것이다.

초반에는 블랙 펄의 해적들이 특별히 강해보이지 않았다. 단지, 좀 강한 해적일 뿐이구나라는 생각이 들 뿐이고, 왜 영국 정규군이 저 정도의 해적을 막아내지 못할까라는 생각을 먼저 하게 된다. 하지만, 제독의 딸, 스완( 카이라 나이들리 )이 월광아래에 비친 그 해적들의 모습을 보는 순간, 기겁을 하고 말았다. 그들은 자기 자신들의 끝없는 욕망으로 훔쳐서는 안될 물건을 훔쳤기에 저주를 받아 죽지 않고 해골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죽지도 못하고 고통도 느끼지 못하는, 즉 언데드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잭 스패로우( 조니 댑 )의 역할이 상당하다. 흐느적거리는 연기가 일품이다. 영화에 있어서 그는 중립적인 존재이다. 과연, 그가 해적편인가 영국군 편인가! 글세, 그는 자신만의 정체성을 버리지 않고, 그래서 주변 사람들은 단지 이용당할 뿐인 듯 보인다. 물론, 나중에는 마음맞는 해적들끼리 상부상조하는 모습을 보여 준다.

반지의 제왕에서 레골라스로 나온 올란도 블룸이 해적의 피를 이어받은 대장장이 윌리엄 터너역으로 등장한다. 영화를 보면서는 잘 몰랐는데, 나중에 영화 정보를 찾아 보고서야 알게 되었다. 조니 댑과 함께 아주 막중한 역을 담당하면서도 누죽들지 않는 모습이다. 다만, 조니 뎁의 흐느적거리는 연기가 너무 튀어서 빛을 발하지 못했지만...

또 하나의 매력적인 배우가 나온다. 엘리자베스 스완으로 나온 카이라 나이들리( Keira Knightley )! 이렇게 멋진 여자가 있었다니, 어찌 보면 케이트 윈슬렛같고 어찌 보면 위노나 라이더 같은 느낌의 여자다. 앞으로 좋아질 것 같다. 슈팅 라이크 베컴과 더 홀에 나왔다는데 두 영화도 접수해야 겠다.

오래간만에 클래식 판타지를 보는 기분이 나쁘지는 않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