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교수에 대한 존경심

외래 진료 예약 시간은 9시 45분이었으나, X-ray 사진이 나오려면 1시간 30분정도 걸릴 것이라는 흉부외과 어느 간호사의 말 때문에 8시에 가서 X-ray 사진을 찍고 9시 45분까지 졸면서 기다렸다.

8시 30분쯤 되니까, 간호사랑 직원들이 줄서서 인사를 하네. 은행만 이런 거 하는 줄 알았는데, 병원도 이런 걸 하는구나. 앉아서 이런 인사 받고 있으면 꽤나 쑥쓰럽다. 애처 시선을 외면했다.

내 시간이 되어 드디어 김 교수를 만날 수 있었다. 사진이 매우 깨끗하다는 말이 어찌나 기분이 좋던지... 실밥 풀어주면서 샤워는 이틀 후에, 목욕은 일주일 후에, 운동은 2주 후에 하라는 당부를 해준다.

이제는 내가 궁금했던 걸 물어보는 차례였다. 일단, 기흉 제발로 인한 병역등급 변화는 없는지에 대해서 물었더니, 예전엔 왠만하면 면제 되었는데, 요즘에는 하도 많이 바뀌어서 잘 모르겠단다. 음... 괜히 갔다가 다시 1급받을 것 같아서 그냥 4급에 만족해야 겠다는 생각이 스치듯 지나갔다. 그래도 4급에 감사해야지... 두번째 질문은 왜 예전에는 실로 꼬맸는데 호치키스 같은 걸 박아 놓았냐는 질문이었는데, 이 방법이 흉터가 덜 남아서 이렇게 해준다고 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상처가 더 남을 것 같은데, 이게 덜 남나보다. 마지막으로 농구나 축구같은 심한 운동해도 되냐고 물었더니, 2주 후에 하라는 말 이외에는 특별한 얘기가 없었다. 별 문제 없나보다.

일주일 후에 한번 더 오라고 할 줄 알았는데, 이제 안와도 된다는 말이 참 기뻤다. 나갈 때, 직원이 와서 실밥 푼 값 내고 가라고 그래서 1600원 더 낸게 좀 치사하다고 느껴지긴 하지만...

2년에 걸친 수술을 통해서 김동관 교수에 대한 존경심이 생긴 것 같다. 그의 모습 하나하나가 참 멋지게 느껴진다. 많은 레지던트들에게 둘러 쌓여 회진 도는 모습도 멋지고( 아마도 의사를 하겠다는 사람들 중에 이런 모습에 반해서 하겠다는 사람도 많을꺼야 ), 아무렇게나 녹색 수술복 위에 가운만 걸친 모습도 멋지고, 그의 찡그린 표정마저 지적으로 보인다. 자기 분야에 있어서 열심히 하는 모습, 그것이 그를 그렇게 돋보이게 하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든다. 난 이런 결론에 도달했다. 그는 프로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