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PC가 아니면 사후관리를 받을 수 없는 것인가!

이미 1가구 1PC의 시대를 훌쩍 뛰어 넘은지 오래인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아직도 사각지대라고 할 수 있는 분야가 있는데, 그것이 바로 사후 지원 업체이다. 삼성전자 등의 브랜드PC를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그다지 문제될 것이 없는 이야기지만, 많은 이들이 브랜드PC가 아닌 조립PC나 중소기업 PC를 사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브랜드PC는 가격이 월등히 비싸다. 최근에 많이 낮아지기는 했지만, 브랜드PC는 태생적으로 가격경쟁력을 가질 수 없고, 가격으로 승부하지도 않는다. 브랜드의 품위를 유지하기 위해서 광고비 등이 지속적으로 들어가니 일단 이 브랜드 품위 유지비가 제품의 가격에 더해지겠고, 품위 유지의 연장선상에서 사후 관리에도 최선을 다해야 하기 때문에 이 사후 관리비, 즉, 수선충당금이 더해진다.

이렇게 비싼 값으로 구입한 브랜드PC는 PC가 고장이 났을 때 진가를 발휘하게 된다. 전화 한통이면 득달같이 달려와 문제를 해결해주고 가는 AS기사를 보면 든든하기 짝이 없다. 물론, 품질 보증기간 내에서...

그렇다면, 브랜드PC가 아닌 경우, PC에 문제가 발생했을 시, 어떤 대처 방법이 있을까? 일반적으로 가장 흔한 방법은 주변에 PC를 잘 다루는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다. PC라는 물건이 워낙에 미묘한 녀석이기에 잦은 말썽을 일으키고, 말썽을 일으킬 때마다 누군가는 이 문제를 해결해야 했기에, 주위를 돌아보면 PC를 잘 다루는 사람들이 한 두어명 있게 마련이다. 물론, 자신이 어느정도 PC를 다룰 줄 안다면 문제는 아주 쉽게 해결된다. 문제는 그러한 상황이 되지 않을 때이다.

자신이 PC의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없고, 주변의 도움도 받을 수 없다면, 외부업체에 도움을 받는 방법이 있다. 물론, 실비를 부담해야 한다. 이러한 컴퓨터 사후지원 업체라는 이름을 걸고 사업을 하는 수많은 업체들이 있다. 이번에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이 컴퓨터 수리업체들이다.

알고 있는 한 지인은 컴퓨터에 대해서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리고, 집안의 사정상 주변의 도움도 받을 수 없었다. 그래서, 자신이 알고 있는 가장 유명한 컴퓨터 수리업체인 컴닥터라는 곳에 전화를 걸어 수리를 맡겼다. 하지만, 몇 주 잘 돌아가던 컴퓨터는 다시 말썽을 부리기 시작했고, 결국 새로운 PC를 장만하려는 계획을 세운다.

이 지인의 집에 찾아가서 이 컴퓨터를 살펴 보았다. 부팅 과정은 잘 되는데, 자세히 보니, 이 지인이 알고 있는 컴퓨터의 사양이 좀 다른 것이다. 분명 셀러론 1.7기가라고 했는데, 부팅시 나타나는 속도는 533이었다. 일단, 지인이 컴퓨터에 대한 지식이 없다보니 잘못 알고있었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하지만, 분명 부팅시에 1.7기가가 뜨는 것을 보았고, 구입시기가 2년전이라는 것을 보면 얼추 이 주장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혹시나 바이오스 설정이 기본값으로 잡혀 있어서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지만, 바이오스 어디에도 CPU 속도를 알 방법이 없었다. 도대체 무슨 싸구려 메인보드를 썼기에 CPU속도가 나타나지 않는단 말인가! 지인의 남자 친구가 직접 조립해 주었다는 말이 있었기에 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애정관계에 치명적인 문제가 있지 않다면, 컴퓨터에 대한 상당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자신의 여자 친구에게 이러한 메인보드를 달아주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판단이 섰다.

PC본체에는 무엇인가 종이가 붙어 있었는데, 컴닥터에 근무하는 사람의 명함이었다. 아마도 컴닥터에 수리를 맡긴 듯 했다. 불현듯, 문제의 원인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바로 이 놈이었다. 그들이 CPU를 바꿔치기 했던 것이다. 지인에게 이러한 나의 의심을 밝혔더니 수리 후 왔을 때, 내부에 무엇무엇을 바꿨다는 이야기를 했더란다. 확실해졌다. 그들은 수리를 맡기는 사람이 컴퓨터에 대한 지식이 전무하다고 판단, 임의로 CPU를 바꿨던 것이다. 생각해보니, 1.7기가라는 CPU속도가 펜티엄3에서 나온 적이 없다. 그들은 메인보드까지 통째로 바꿨던 것이다. 즉, 껍데기만 빼고 다 바꿔 버렸다. 예전에도 중저가형 사운드카드를 저가형 사운드카드로 바꿔서 고쳤다고 내놓은 업체가 있었기에 빠른 시간에 판단할 수 있었다.

어째서 이러한 일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일까! 곰곰히 생각해보면 이러한 일은 벌어지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것인지도 모른다. 컴닥터를 집중 표적으로 해서 1.7기가 CPU가 533으로 변하는 것이 어째서 이상하지 않다는 것인지를 알아보겠다.

일단, 컴닥터라는 컴퓨터 수리업체의 실체를 알아야 한다. 컴닥터라는 곳은 컴퓨터 수리업을 위해서 태어난 프랜차이즈이다. 즉, 컴닥터의 경영진들은 컴닥터라는 프랜차이즈를 홍보하고, 동시에 전국 각지에 퍼져 있는 무명 컴퓨터 수리업체를 가맹점으로 지정하여, 컴퓨터 수리를 원하는 사람들이 전화를 하면, 가장 가까운 가맹점으로 연결시켜 주는 일을 한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컴닥터 프랜차이즈와 가맹점끼리의 결속력이 그다지 높지 못하고, 따라서 가맹점들에 대한 제어 수준이 일정수준에 도달하지 못했기에, 가맹점들은 컴닥터라는 프랜차이즈에 대한 로열티가 높지 못하겠고 그러다보니 그들은 질낮은 서비스를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분명 컴퓨터 수리업은 그다지 채산성이 높은 업종일 수 없겠고, 이러한 상황에서 난무하는 컴퓨터 수리 프랜차이즈들 때문에 매출은 떨어지고 높은 서비스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다.

더 큰 문제는 이렇게 컴퓨터 수리업체에 수리를 의뢰하는 소비자들이 대부분 컴퓨터에 대한 지식 수준이 낮다는 것에 있다. 자신이 의뢰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결과물에 대해서 어떠한 판단을 하지 못하고 이러한 상황은 채산성 낮은 프랜차이즈 가맹점들에게 훌륭한 먹이감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 더군다나 가맹점 자체도 경영악화일로를 달리고 있는데, 직접 고객을 담당하는 기사들에게 넉넉한 돈을 지급해줄 리 만무하고, 이는 가맹점과 가맹점 직원과의 결속력 또한 장담을 할 수 없는 것이며, 결국, 어디서 바가지가 씌워질 지 알 수 없는 상태가 되어 버린다.

안타까운 것은 본인 또한 해결책을 제시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본인 또한 일정수준의 PC활용능력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본인의 일을 제쳐두고 지인들의 컴퓨터를 고쳐주기엔 이미 나이를 너무 많이 먹어버렸고, 이러다보니 지인들이 조립PC를 사는 것 조차 만류하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일반적으로 조립을 해주면 사후 관리까지 책임을 져야 한다 ). 바라는 것은 PC가 가전제품 수준의 패키지화가 되기 전까진 스스로가 어느 정도의 컴퓨터 지식을 갖추어 포맷을 하기 위해 컴퓨터 수리업체에 30,000원을 주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 것이다. 또한, 좀 더 신뢰감 있는 컴퓨터 수리업체들만이 살아 남아 질높은 서비스를 저렴하게 할 수 있는 세상이 왔으면 하는 이율배반적 생각을 해본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