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은 끝나고...

리스닝 공부는 제대로 하지도 못한 채, 전쟁터에 끌려 나가는 군인마냥 북서울중으로 향했다. 가는 길이 그리 힘들 수가 없었다.

왠일인지 스피커 상태가 좋다고 했더니만, 나중에 실방송 나올 때는 웅웅거림이 평소보다 더 하더라. 게다가 무슨 트럭에서 장사하는 아저씨로 추정되는 사람이 확성기로 호객행위 시작한다. 그래도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집중력은 강해졌고, 최악의 스피커 상태에서도 겨우겨우 파트1 마치고, 파트2 절망스럽게 풀어나가고 난 후, 그나마 파트3와 파트4는 여유 있게 풀었다. 이제까지 토익시험을 쳐본 것 중에서 가장 쉬웠던 파트3와 파트4가 아닌가 생각될 정도다.

파트5는 좀 힘들었고, 파트6도 평소만큼 받을 듯 하고, 파트7은 시간이 약간 모자라서, 192, 193번이던가 두 문제를 촉박하게 풀었다. 그래도 시간이 모자라지 않은 것이 다행이다. 물론, 정확도는 떨어졌겠지만...

집에는 이미 아빠 생신이라고 엄마네 식구들이 와서 시끌벅적했다. 우리집에 이렇게 손님이 오는 것이 그리 자주 있는 일은 아니기 때문에 이런 분위기에 적응하기가 참 쉽지가 않았다. 또래 친구도 없고, 점시 눈치보며 얼른 헤치우고 내 방에서 잠을 청했다.

손님들 가실 때까지 자고 일어나서, 토익 후기 올라왔나 다음 카페들 들락날락 거리는데 완벽한 답이 아직 안올라와서 참 답답하다.

파트2는 도대체 답을 어찌 적었는지 조차 생각나지 않아, 망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파트1은 그나마 3~5개정도 틀리고... 파트3는 7~9정도? 파트4는 답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지만, 그럭저럭 맞춘 것 같다.

리딩쪽은 아직 결과가 잘 나오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파트7이 대다수가 어려웠다고 했음에도 내가 어려운 것을 느끼지 못하고 풀었으니, 약간이나마 성적 향상이 있을 테지만, 파트5나 파트6은 성적이 신통치 않을 듯. 결국 토익 700점은 물건너 간 것 같다.

빨리, 차선책을 찾아봐야겠다. 교무처에 가서 다음달 토익 처리해달라고 샤바샤바나 해볼까나... 대학영어는 대체할 과목도 없다는데...

아... 최악의 상황이 오지 않길 빈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