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더맨2( Spiderman 2 )

1편 마지막부분에서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며 기존 히어로 블럭 버스터와의 차별화를 주장하던 스파이더맨이 두번째 시리즈로 돌아왔다. 책임지로 왔나? 커커...

2편의 핵심내용이라고 한다면 스파이더맨의 역할 갈등 정도가 될 듯 하다. 돈만 쏟아부은 것이 아니라 스토리에도 신경을 썼다는 것을 좀 알아달라는 듯 여기저기 정성들인 모습을 볼 수 있다. 스파이더맨이 영웅이라는 역할과 사랑하고 싶은 남자의 역할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은 일반 히어로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모습 아니던가!

두번째 편의 또다른 중요한 내용은 코메디의 첨가이다. 1편에서도 코메디가 완전히 배제된 것은 아니었지만, 이번 편은 특히 코메디에도 상당히 신경을 썼다. 할머니 구출씬이나 스파이더맨 유니폼 전시씬 등은 진지함 속에 쉬어갈 수 있는 쉼터로서의 역할을 하기에 충분했다.

스파이더맨이 돈쏟아부은 블럭버스터라는 비아냥을 그나마 피해가고 있는 것은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스토리부분에서 그럭저럭 신경을 썼기 때문인데, 필자가 마음에 들어하는 것은 선악구조를 취하면서도 선악의 흔들림을 수시로 가미했다는 것이다. 즉, 선이면서도 왜 선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반문을 하고, 악이면서도 악이고 싶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면서 선악구조의 허구성을 조금씩 빗겨간다.

조금 비판을 하자면, 악의 축으로 나온 닥터 옥터퍼스라는 캐릭터는 그 형상이 매트릭스의 센티널과 상당히 흡사하여 모방을 하지 않았냐는 의혹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그다지 멋진 디자인도 아닌데 따라하고 그러는지 모르겠다. 가운데가 기계가 아니라 사라이니 징그러움의 극치를 보여 준다.

주연이면서도 별로 주목을 받지 못하는 역할, 영웅의 여자친구 커스틴 던스트(Kirsten Dunst)은 예전에 비해서 이뻐진 모습이다. 눈에 익어서 그런지... 1편에서는 참 별로였는데...

감독은 스파이더맨이 2편으로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암시를 주는데 인색함이 없다 닥터 옥터퍼스의 심경변화, 1편에서 악의 축을 담당했던 캐릭터 아들의 심경변화 등을 보여주며 3편, 또는 4편이 나올 수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도 원작인 스파이더맨이 지속적으로 나온 것을 감안하면 안전한 시리즈물로의 이행을 충실히 지키는 모습이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