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래트럴

12년째 택시를 운전하면서 리무진을 몰겠다는 꿈을 이루고자 노력하는 한 소시민은 뜻하지 않게 킬러를 손님으로 태웠다가 인생을 통틀어 가장 스릴있는 시간을 경험하게 된다. 냉혹한 킬러와 따뜻한 택시 운전사의 만남, 영화의 시작은 뭐 이렇다.

영화 포스터에서 보여주는 탐 크루즈는 우리가 기존에 보아왔던 탐 크루즈의 모습은 아니다. 그리고 이러한 낯선 모습을 한 탐은 관객을 극장으로 끄는데는 역효과가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악역을 맡은 탐 크루즈의 연기를 보고 싶다는 생각은 결국 나를 극장으로 가게 만들었다. 미션 임파서블2에서 잠시동안 보여주었던 탐의 그 사악한 눈빛, 난 그것을 다시 보고 싶었다.

어째서일까? 우리는 킬러 빈센트보다는 선량한 운전 기사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된다. 빈센트가 바로 탐크루즈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어쩔 수 없이 악행에 동조하는 안타까운 모습, 그러면서도 살기 위해 빈센트의 말투 하나하나를 무심결에 따라하는 모습은 바로, 인생을 살아가면서 겪어야 하는 우리들의 나약한 모습인 것이다.

킬러는 이렇게 말한다. 전쟁이 일어나면 수많은 사람들이 순식간에 죽고, 지금도 아프리카 곳곳에서는 굶어 죽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인데, 그 사람들에게는 관심없으면서 왜 뚱땡이 한 사람 죽는 것은 그리도 걱정을 하냐고... 빈센트의 강력한 영향에도 불구하고 이 선량한 운전 기사는 자신의 미래를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지나가는 개의 목숨을 위해 잠시 차를 세운다. 곧바로 카메라는 냉혈의 극치에 도달한 킬러, 빈센트의 눈을 비춰준다. 아무 거리낌없이 살인을 할 수 있는 킬러, 개 한마리의 목숨까지 소중히 여기는 택시 기사, 이것이 킬러의 질문에 대한 답이 아닐까!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