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효과

한마디로 놀라웠다. 이런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축복받은 것이고, 이런 영화를 놓치지 않고 본 것도 축복받은 것이다. 지나치게 많은 영화를 봐서 왠만한 쇼크로는 놀라지 않는 수준이 된 나로서도 긍정적인 의미의 충격을 받을 만큼 영화의 구성이 탁월했다. 쿠엔틴 타란티노가 즐겨 쓰는 파편적 구성을 순차적으로 승화시켰다고 할까? 갈기갈기 찢어놓은 필름을 여기저기 붙여 놓았음에도 전혀 어려움없이 보는 것은, 마치 따분한 수학이론을 알기쉽게 이야기로 펼쳐 놓은 듯한 느낌마저 든다.

제목 나비효과란 카오스 이론을 일기 예보의 어려움에 비유했던 유명한 예시 중 하나이다. 쉽게 설명하면, 중국 북경에 있는 나비의 날갯짓이 미국 뉴욕에서 허리케인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그런 얘기.

주인공 에반(애쉬튼 커처)은 어렷을 때부터 가끔 갑자기 기억을 잃어버리다 깨어나는, 쉽게 말하면 술도 안마셨는데 필름이 끊기는 불치병을 안고 살아 간다. 그리고 이 필름이 끊겨 있는 동안에는 자기가 한 일을 기억하지 못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에반의 어머니는 일기를 쓰게 하는데, 어른이 되어서 이 일기장은 타임머신 역할을 하게 된다. 예전부터 일기장은 영화에서 여러 번 시간 여행의 연결점으로 사용되어온 소재이다.

내가 글 처음부터 극찬을 늘어놓은 이유는 시간 여행이라는 소재로부터 나타나는 논리적인 문제, 즉, 과거로의 시간 여행에서 과거를 바꿔놓으면 과연 현재는 어떻게 될 것인가라는 문제에 대해서 정면으로 부딪혀서 관객을 설득하고자 했다는 점이고, 더욱이 그것이 관객으로부터 찬사를 들을 만큼 논리적이면서도 독창적이라는는 것에 있다.

어렷을 적, 예기치 못한 사고로 아픈 기억을 가지고 살아가는 네 명이 등장한다. 에반, 에반의 여자 친구인 케일, 케일의 오빠이자 에반의 친구인 토미, 그리고 그들이 친구인 레니. 우연히 일기장을 사용할 줄 알게된 에반은 일기장의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서 어렷을 적 헤어졌던 케일을 다시 찾아갔지만, 또 다른 아픈 상처를 건드리게 되고 케일은 그 충격으로 자살을 한다. 이 안타까운 현실을 바꾸고자 일기장의 적극적인 사용을 결심하지만, 예측할 수 없이 일어나는 "나비효과"때문에 번번히 실패한다. 실패라는 것은 자신과 위에서 언급한 세 명 중 한 명이라도 불행해지는 것. 즉, 에반은 네 명이 모두 행복해지는 미래를 위해서 여러 번 일기장을 사용하게 된다.

극장에서 상영되는 내용은 그럭저럭 괜찮은 결론에 도달하는 것으로 끝나지만, 감독판에서는 저절한 행복을 찾지 못함을 비관하여 엄마의 뱃속에 있었던 시초로 돌아가 스스로 탯줄을 끊는다는 내용으로 마무리 한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굳이 단점을 하나 꼽는다면 특수 효과. 매트릭스를 거론하면서 멋진 특수 효과를 기대하게 하지만, 일기장 글자 흔들리는 것 빼고 특별한 특수효과는 구경할 수 없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