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포터와 불의잔

관객들은 이제 아기자기한 해리포터식 마법에 이미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이러한 간단한 마법에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그렇다고 화려하고 강력한 마법으로 도배하려니 해리포터가 가지고 있는 아기자기함이 퇴색되버린다. 이번으로 네번째 시리즈를 맞는 해리포터가 직면해있는 딜레마이다.

이러한 딜레마는 아이들의 성장이라는 관점에서 절충을 하고 있다. 이미 초등학교 4학년이라고 보기엔 너무나 성숙해버린 세 사람, 이들은 드디어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낄 줄 아는 나이가 되어버린 것이다. 해리포터의 첫 사랑 초 챙이 등장하고, 헤리미온느가 여성미를 한껏 뽐낸다. 역시, 이 와중에도 뒤처지는 론. 서양인이 보는 시각으로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초 챙으로 등장하는 케이티 렁의 외모가 해리포터의 첫사랑의 역할을 하기엔 다소 부족해 보이지 않나하는 생각이 든다. 차라리 해리를 짝사랑하는 지니 위즐리가 낫지 않은가! 어쨋든 관객들은 이들의 아기자기한 마법 수련을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풋풋한 사랑이야기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2시간 30분에 이르는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진행이 무척 빠르다. 지나친 생략으로 인해 소설의 구석구석을 이미 읽은 독자들이 상상했던 바와 화면으로 표현된 바를 비교할 여유를 주지 않는다. 물론 이전 시리즈와 마찬 가지로 원작에 상당히 근접한 연출을 보여준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더 방대해질 다음 버전 불사조 기사단은 또 얼마나 많은 생략이 필요할까하는 두려움을 느낄 뿐이다.

역대 시리즈 중 가장 슬프고 어두우며 잔인하다. 처음으로 학생이 살해당하는 일도 생기고 더 이상 호그와트 안에서 덤블도어의 보호만 기다리고 있을 상황도 아니다. 물론, 다음 편, 해리포터와 불사조 기사단에서는 더 어두워지겠지만... 점점 더 성인 취향에 맞는 영화가 되어버릴 것만 같은 느낌이다. 이렇게 하다간 앞으로 더빙버전은 안나올 지도 모를 일이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