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정말 여자 없어?

남들은 발렌타인데이라고 설치며 좋아하거나 초콜렛 하나 받지 못하고 울상이거나 둘 중에 하나지만 나만은 밤세도록 위닝으로 마스터리그 하며 즐겁게 보내고 느즈막히 일어나 온게임넷 스타리그 모면서 아무 생각없이 지내고 있었다. 발렌타인 데이 전에 며칠 동안은 인식을 했었는데, 정작 발렌타인 데이인 오늘은 인식을 못 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이러한 무인식에서 오는 만족감은 엄마에 의해서 깨지게 된다. 갑자기 축구 중계를 보고 있던 나에게 엄마가 여자 없냔다. 맨날 어디 나갈 때마다 여자 만나러 가냐고 놀리던 우리 가족들이기에 또 놀려먹으려니 하고 없다고 했는데, 졸업식 때 같이 사진 찍을 여자 하나 없냐고 계속 추궁하는 것이었다. 맨날 여자 만나러 나가면서 왜 없냐고 묻는데 참 열이 오른다. 예전에도 이런 질문해서 짜증나게 하더니, 발렌타인 데이에 이런 거 물으니까 배가 되어 나에게 비수를 꽂는다. 학문에 정진할 아들에게 이 무슨 얄궂은 ...

25살이나 되었으니 이제 장가갈 준비 하라는 것인가? 25살이면 원래 대학생인데... 졸업을 하게 되니 괜히 더 나이가 많이 든 것 같이 느껴지나... 여자 애들은 나보다 더 심한 추궁을 당하고 있겠지?

그냥 종종 만나서 밥먹고 때론 술마시고, 그냥 이런 여자 친구는 안되는 것인가? 꼭 애인이어야 하는가? 사랑은 옵션이 아닌 것 같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