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누야샤 극장판3기, 천하패도의 검

이누야샤 본편을 계속 보고 있는 상태에서 이제는 극장판까지 챙겨보고 있다. 극장판은 왠지 외전격이라는 생각에 잘 안봤었는데, 이제는 극장판이라도 놓치기 아깝다는 생각이 들면서 1,2편은 예전에 봤고, 이제는 3편 천하패도의 검이다. 1, 2편에 비해서 제목이 상당히 끌린다. 왜 난 무협환타지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는가!

처음 악마적 캐릭터였던 셋쇼마루가 이제는 중립적인 인물로 거듭나면서 이누야샤보다는 셋쇼마루에 끌리고 있는 나로서는 셋쇼마루 스페셜이라고 봐도 무방할 만큼 높은 비중을 두었던 3편 천하패도의 검은 정말 흥미진진한 시리즈였다. 게다가 이누야샤 TV시리즈 초반을 그냥 지나쳐 버렸던 나에게 처음 스토리를 기회가 있을 때마다 설명을 해주어서 이제까지 궁금했던 내용을 하나하나 알게 되는 재미도 짭짤했다.

대요괴였던 아버지에게서 배다른 형제로 태어난 셋쇼마루와 이누야샤, 아버지를 능가하는 최강의 힘을 원했던 셋쇼마루는 자신에겐 텐세이가를 물려주고 이누야샤에게는 텟사이가를 물려준 아버지를 항상 원망한다. 한번에 100명을 살릴 수 있는 검 텐세이가보다는 한번에 100명을 죽일 수 있는 텟사이가가 더 땡기는 모양이지? 내가 보기엔 텐세이가가 더 희소성있는 검같이 느껴지는데...

아버지가 가지고 있던 또 다른 검 소운가( 한번 휘두르면 100명의 죽은 자를 살려내며 인간이 잡으면 세계가 멸망할 때까지 살육을 멈추지 않는다 )가 700년만에 나타나서 이를 영원히 저승에 봉인하기 위해서 두 형제가 힘을 합치게 된다는 것이 주 내용이다.

갈수록 이누야샤라는 만화의 심오함에 빠져들게 된다. 특히나 이번 천하패도의 검은 많은 명대사들을 쏟아내며 나를 감동시켰다. 텟사이가와 소운가를 달라는 셋쇼마루에게 아버지는 "주지 않겠다라고 말한다면 이 아비를 죽일텐가? 그렇게도 힘이 필요한가? 셋쇼마루여, 네가 지켜야 할 것이 있는가?"라고 되물으며 냉정한 패자의 길을 가기 이전에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힘을 쓸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또한 미륵의 입을 빌려 말하는 아들과 아버지의 관계, 아들은 항상 아버지를 능가하고 싶어하며 아버지는 인생의 기준이 된다라는 말, 참 공감가는 부분이다.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를 이보다 더 정확히 정의할 수 있을까?

우습지만 이누야샤라는 만화를 통해서 많은 인생의 철학적 깨달음을 얻는 듯 하다. 셋쇼마루의 인생관에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이 더 장확한 얘기지만 말이다. 시간을 많이 빼앗긴다고 보면서도 찜짐했던 이누야샤, 하지만, 시간이 부족한 나로서는 짧은 시간에 많은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매우 효율적인 취미꺼리인 셈이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