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한 턱

곰탱이로부터 희환이와 영화가 월요일에 모인다는 소식, 그리고 모이는 장소가 부천이 아니라 신촌이라는 소식을 듣고서 합류하기로 하였다. 이번 모임은 영화가 최근에 약속을 많이 깬 바람에 속죄의 모임 성격도 좀 띄고 있었다.

희환이는 과외때문에 좀 늦는다고 하고, 우리가 다 모인 시각은 여섯시 50분정도? 영화는 또다시 우리 중 가장 늦게 도착해서 꾸사리를 먹었다. 커커, 녀석, 성격이 너무 흐믈흐믈한 것이 탈이다. 물론, 장점으로 작용할 때도 있지만...

배가 고팠던 우리들( 영화는 그다지 배가 안고팠지만 )은 나의 제안에 따라 인근 설렁탕집에서 끼니를 때웠다. 6,000원이나 하면서 맛은 더럽게 별로다. 우리가 설렁탕을 다 먹고 조금 노가리를 까고 있으니 희환이가 도착한다. 자기는 1분만에 버스가 왔는데, 그 버스가 명절이라서 50분 간격으로 왔던 버스라나? 하마터면 50분이나 늦을 뻔했다며 너스레를 떤다.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저번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못들어갔던 횟집이 있다고 그래서 이번에는 그렇지 않을거라 생각하며 그 집으로 갔다. 맨날 싸구려 참치회만 먹다가 광어회를 먹었다. 그것도 넷이서 45,000원어치를... 나중에 아저씨가 참치회를 조금 더 주신다. 미안할 정도로 깎듯이 친절한 사시미집 아저씨... 영화가 무려 7만원을 썼다. 7만원이나 나올 줄 알았으면 좀 나눠내는 거였는데...

우리는 7만원이나 써버린 영화를 위로하기 위해 2차를 간다. 삐끼에게 농락당해 들어간 술집은 그다지 훌륭한 안주를 제공하지 않았고, 가격만 비쌌다. 다만 화채는 서비스로 제공하겠다는 약속에 눈이 어두워... 이 술집에서 나에 대한 좀 깊은 이야기가 많이 나왔는데, 결론은 나의 개인주의 성향을 은근히 성토하는 내용이었다. 그동안 나에게 그런 얘기를 많이 해주고 싶었나보다. 또한, 나와의 약속은 다들 시간엄수라는 스트레스를 유난히 많이 받는 것 같다. 커커, 녀석들, 어쩌겠냐! 지금 내 입장이 시간이 금같은 상황인걸...

이렇게 추석 연휴의 두 번째 날이 지나갔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