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갈 특별전

볼만한 영화가 없는 10월, 과연 대체적인 문화생활은 어찌 할까라는 의문에 답은 샤갈 특별전이었다. 영화 이외의 문화 생활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었고, 더욱이 미술은 나와는 어느 정도 거리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지만, 요즘들어 조금씩 싹트는 미술에 대한 관심은 온라인을 통해서 여러 그림을 보는 것을 넘어서서 직접 관람을 하게끔 만들었다. 그 와중에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샤갈특별전을 한다는 사실을 접했던 것이다.

처음에는 혼자가려다가 사진도 찍고 그럴 겸 같이 갈 사람을 물색했는데, 결론적으로 내 파트너는 대치동 정씨가 되었다. 이런 곳에 같이 간다는 거, 사실 말하기도 힘들다. 관심없으면 괜히 미안한 상황이 발생하게 되니... 그렇지만, 가훈이는 문자로 분명히 미술관 가고 싶다는 얘기를 했었다. ㅡㅡ;;

가훈이하고는 4시쯤에 만나게 되었다. 3시였으면 좋겠건만, 가훈이가 시험을 보고 점심까지 먹고 오느라 가능한 시간은 4시일 수밖에 없었고, 이수역에서 만나 다시 시청까지 갔을 때는 이미 해가 저물기 직전이었다.


처음 가보는 서울시립미술관, 우리는 물어물어 시립미술관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다. 그러나!! 그럴듯한 건물이 있어서 좋아라 하고 사진도 찍고 그랬는데, 도저히 입구를 찾을 수 없는 것이었다. 게다가 사람들이 하나도 없다. 알고보니 시립미술관은 저쪽편, 우리가 사진을 찍었던 곳은 옆 건물 상공회의소! 앗 이 쪽팔림이란...

그나저나, 가훈이가 말하길, 난 표정은 그럭저럭 되는데 포즈가 너무 경직되어 있단다. 요즘 맨날 셀카 연습만 하다보니 ㅡㅡ;;


실제로 가훈이는 밝은 표정 보다는 여러 가지 다이나믹한 포즈로 훌륭한 피사체가 되어줬다.


우리는 미술관이 어딘지 확인하고 나서 옆에 괜찮은 배경이 있길래 사진을 더 찍었다. 하지만, 난 가훈이의 지적때문인지 표정까지 굳어버려 괜찮은 사진을 건질 수 없었다. 다만 가훈이는 한번더 멋진 포즈로... 캐주얼 의류 카탈로그에서 나오는 포즈 아닌던가!




미술관에 도착하자 정말 미술관같이 생긴 건물이 나타났다. 사람도 와글와글 거리고 정말 전시회 하는 것 같다. 표를 끊고 우리는 또 사진을 찍었다. 가훈이가 한 말 "상욱아, 너 사진 찍는 거 정말 좋아한다!" 참 함축적이면서도 우회적인 표현이 아니던가! 그나저나, 내 머리 스타일 정말 마음에 안드는군. 더욱더 아저씨같이 보이게 만드네...


미술관 안으로 들어가니 엄청난 인파가 어리둥절하게 했다. 미술관이라는 이미지는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그림 한 점 한 점을 생각하며 보는 ... 뭐 이러한 분위기라고 생각했었는데, 샤갈이라는 이름때문인지 참 낯설은 느낌이었다. 그림 한 점 당 5분이상 보고 있기가 힘들었다. 뭐 사람이 없어도 이 많은 그림을 보려면 그러할 여유를 즐길 수는 없었겠지만...

샤갈의 그림들이 다 그렇듯이 추상화는 아니면서도 비현실적인 구상이다. 이해할 수 없으면서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다만, 색채감 하나는 정말 훌륭했다. 어떤 그림은 살아 움직이는 듯한 입체감을 보여주기도 하였다.

아쉬운 점은 유명한 그림 몇 점들이 빠졌다는 점, 그리고 사진 촬영을 할 수 없었다는 점.




아래에서 보니 샤갈의 대형 사진 옆에서 사진 찍는 사람들이 보여서 우리도 내려가서 한 방씩 찍었다. 지나가던 사람에게 부탁해서 유일하게 같이 나온 사진은 너무 흔들려서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나와보니 벌써 어두컴컴해져 있었다. 부대찌게를 먹고 KFC에서 아이스크림 하나씩 먹은 후에 헤어졌다. 나에게는 색다른 경험이기에 유익한 하루라고 할 수 있지만, 가훈이에게는 지루하고 따분하며 고통스러운 하루가 되었다고 생각하니 상당히 미안하다. 그렇지 않아도 지하철에서부터 다리가 아프다 그러던데...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