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프로그래머와 밥그릇 싸움을 해야 하는 시대

이 차장님이 내려오셔서 잠시 차한잔의 여유를 즐기려고 했으나, 소림끼치도록 충격적인 소식을 듣고는 기분이 푹 가라앉았다. LG그룹 모계열사 SI프로젝트에서 마침내 중국인 프로그래머들이 중국법인을 통해 참여했다는 소식이었다. 게다가 첫번째 프로젝트에서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어서 벌써 두번째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었다고 한다.

최근 국내 SI업계는 때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기 때문에 이 분야의 노동시장에서는 지금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공급부족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보며 프로그래머들은 이제서야 대접받고 일할 때가 왔다며 장밋빛 미래를 꿈꾸고 있었지만, 난 그들과는 조금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 그것이 바로 중국인들의 유입이었는데, 그것이 이렇게 빨리 현실화될 줄은 몰랐다. 이제 엔지니어들은 중국인 엔지니어와 밥그릇 싸움을 해야 하는 처지가 되어버린 것이다.

이공계 대학원에 다니는 친구들은 이미 이러한 상황을 직시하고 있었다. 한국인이 떠난 대학원 연구실은 중국, 인도인에 의해 점령당하고 있었고, 내가 다른 프로그래머들과는 다른 생각을 갖게 된 것도 이러한 상황을 익히 들었기 때문이다.

대학원과는 달리 SI업계에서 중국인 프로그래머를 고용하는 것은 보다 높은 언어적 장벽에 부딪힌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 말은 곧 이러한 커뮤니케이션 코스트를 감안하고도 남을만큼 그들의 임금이 낮다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는 부정할 수 없는 근거가 된다. 즉 우리 프로그래머들의 임금이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낮아지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뜻이다.

이 차장님은 점점 아키텍트와 개발이 분리되고 있는 상황을 직시하면서 아키텍트가 되는 길을 가라는 충고 남기고 가셨다. 하지만,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곧 한국 SI업계는 중국인 프로그래머들의 점유을은 극적으로 올라갈 것이고 우리들의 월급은 얼마나 더 쪼그라들지 알 수 없다. 공포 그 자체이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