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학생은 교무실청소를 해야 하나

요즘에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내가 학교에 다니던 시절, 정확히 말하면 초등학교를 입학한 1987년부터 고등학교를 마쳤던 1999년까지는 학생들 중 일부를 징발하여 교무실 청소를 시키곤 하였다. 때론 뭔가 잘못을 저지른 학생들에게 교무실 청소를 시키곤 하였다.

최근에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학생이 교무실 청소를 하는 것은 정당한 것인가! 정말 말이 안되는 일이 아닌가! 아주 적나라하고 속물적인 예를 하나 들어보자. 당신이 백화점에 갔는데 한 점원이 와서 매장 청소를 해달라고 한다. 그리고 당신은 알았다며 열심히 매장을 청소 해준다. 정말 말도 안되는 상황이다. 똑같이 학교에 이러한 잣대를 적용해 보자. 자, 당신은 이 학교에 다니는 학생이다. 즉, 학교에 교육서비스를 제공받기 위해 등록금을 낸 학교의 고객이다. 그리고 선생은 이러한 교육서비스를 제공하기 위에 고용된 근로자이고 당연히 교무실은 그들의 업무공간이다. 그리고 학교의 직원이 와서 교무실 청소를 명령한다. 그리고 이 학교의 고객인 학생은 아무말 없이 이 명령에 순종한다. 정말 말도 안되는 일 아닌가! 왜 고객이 직원이 쓰는 사무실 청소를 해야 한단 말인가! 이렇게 생각해보니 교실 청소도 하면 안된다.

한 번 더 생각해 보았다. 도대체 왜 이러한 만행이 자행되고 있을까? 결국은 돈문제 아닐까? 학교에서 제공하는 교육서비스보다 우리 부모님들이 지불했던 그 댓가 즉 등록금이 현저히 낮았기 때문에 대신 우리는 그 차이를 몸으로 떼웠던 것이다. 그렇다면, 이것은 아동근로착취에 해당한다. 더욱 서러운 일이다.

그렇다면 교육적인 차원 때문인가? 청소하는 법이 무엇인지 배우기 위하여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청소하는 법을 가르치는 것일까? 이러한 이유가 맞다면 청소라는 기술이 12년동안 배울만큼 어렵다는 가정이 존재해야 한다.

한 학교에 2,000명의 학생이 존재한다고 가정해 보자. 이 학생들에게 10,000원씩 걷는다면 2천만원이 생긴다. 청소하는 사람 몇 명 두는 것이 그다지 어렵지 않은 금액이다. 물론, 더 적게 걷어도 충분하다. 전국에 수많은 학교가 있으니 고용창출도 되고 이제까지 자행되어 왔던 아동근로착취라는 비인류적인 일도 지양할 수 있다. 갑자기 오토바이가 사고 싶은 학생들을 위해서 내부적인 아르바이트 자리로도 안성맞춤이다.

생각할 수록 이제까지 불평조차 하지 않고 당연히 복종했던 그 만행들이 억울하게 느껴진다. 난 너무 비겁했다. 고객의 권리를 찾지 못한 멍청한 교육서비스의 소비자였던 것이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