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회 한국컴퓨터/소프트웨어전시회( SEK2003 )

컴덱스에 이어서 두번째로 큰 IT관련 전시회인 SEK2003을 관람하고 왔다. IT관련 전시회들의 행사 축소, 내용부실에 일조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온 SEK는 금년에도 이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듯 하다. 점점 더 형편없어지는 것 같다. 사전등록을 하지 않아 입장료를 내야 한다면 본전 생각이 날 정도이다.

작년까지 코엑스 두개관을 빌려 한 층에서는 소프트웨어 진시를 하고, 다른 층에서는 윈도우 월드 전시회를 열었으나, 이번에는 그것마저 한개관에 모두 수용할 정도로 전시회 규모가 축소되었으며, 볼거리의 수준도 엄청나게 악화되었다.

입구에서 들어서자마자 정소프트에서 MP3플레이어를 전시하고 있었는데, 3시에 연예인 서민정을 불러 팬사인회를 여는 듯 했다. 3시가 되어 서민정이 나타났으나 워낙 중고삐리들이 많은 바람에 얼굴 한번 쳐다보기가 힘들었다. 결론적으로 TV가 더 나은거 같다.

예전과 같이 오른쪽 사이드부터 돌기 시작했으므로, 다음은 마이크로소프트 부스에 도달하였다. 오피스 차기 버전을 열심히 홍보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홍보하나 안하나 때되면 다 팔릴텐데 왜 홍보를 하는지 이해를 못하겠다.

조금 더 가서 애플부스에 도달했고, 역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가질 수 없는 것에 대한 열망이라고나 할까? 애플의 G시리즈들과 맥OS들은 항상 탐이 난다. 물론, 각종 주변기기들도 마찬가지다. 이번에도 꽤나 많은 주변기기들이 전시되었는데, iPod라는 MP3플레이어가 상당히 눈길을 끌었다. 하드디스크를 장착하여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수용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지만, 역시 크기가 좀 크다. 여러 모양의 스피커들도 관심을 끌었지만, 음질은 그리 우수하지 못했다.

LG와 삼성은 여전히 바로 맞닿은 부스를 사용하고 있었는데, LG부스는 꽤 충격적인 것들을 많이 진열해 놓았다. 일단, 휴대폰에 PDA기능을 첨가한 제품이 눈길을 끌었으나, 사용법을 몰라 고전하다가, 결국 나레이터 모델이 다른 사용자들도 써보게 해달라는 간곡하면서도 망신살 뻗치는 요구로 문자하나 보내지 못했다. 또, 터미널 시스템도 선보였는데, 말 그대로 70년대 은행에서나 쓰던 터미널이 초고속통신망의 보급으로 로컬 컴퓨터나 다름없이 윈도우를 구동하는 수준이 되었다. 정말 CPU없는 컴퓨터를 쓰는 듯했고, 실용성도 다분히 크다고 생각되어 진다. 개개인에게 PC를 주기보다 이편이 더 편할지도 모르겠다. 학교 등에서도 유용할 듯 하다.

LG가 휴대폰에 PDA기능을 첨가한 제품을 전시한 것에 반해, 삼성은 여전히 자신들의 PDA폰을 진열해 놓았다. 크기가 작고 이쁜 LG쪽에 더 점수를 주고 싶다. 삼성은 특별히 눈에 띄는 기기들을 전시해 놓지는 않았다.

규모가 축소된 가운데서도 iRiver가 꽤 거대한 부스를 마련하고 홍보를 하고 있었는데, 탐나는 MP3플레이어들이 수두룩 했다. 빠른 시일 내에 하나 장만하게 될 듯하다.

그밖에 처음보는 음료수 자판기를 보았는데, 저장되어 있는 모습이 유리를 통해서 보여지고, 돈을 집어 넣고 음료수가 나오는 과정을 볼 수 있어서 매우 신기했다. 1,300원짜리 음료수를 하나 뽑은 후에야 볼 수 있었다.

결론을 내리자면, 이번 SEK의 핫이슈는 바로, 무선 인터넷이다. 일부 회사와 메니아들에게만 사용되어 왔던 무선 인터넷이 이제는 서서히 대중들에게 얼굴을 비추기 시작했다. 이제 날씨 문제만 해결된다면 와이어리스 세상에서 살 날도 머지 않았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점점 축소되어가는 전시회에 대한 배신감과 유사한 감정을 가지고 전시회장을 빠져 나왔다. 내년을 기대해 본다는 상투적이고도 신뢰성 없는 멘트로 관람기를 마칠까 한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