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스터데이

이 영화를 꼭 봐야겠거나, 아니면 보기는 싫은데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이 글을 읽지 않는 것이 좋겠다. 지금부터 이 영화에 대한 엄청난 악평을 쏟아낼 것이다.

이 영화의 제작비가 80억이라는 사실만 알고 선택했다. 그리고, 이 제작비의 대부분은 총격신과 폭발신에 사용되었을 것으로 추정 되었다. 물론, 배우 개런티를 포함한 인건비도 꽤나 들어갔겠지만...

한국에서 스릴러물을 만드는 것 자체가 모험이었고, 한국에서 개봉할 스릴러물에 80억이라는 어마어마한 돈을 투자하는 것은 더 모험이었다.

이 영화에 실망한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첫번째는 줄거리. 시대적 배경은 약간 미래. 미래 지향적인 옷을 입은 사람은 김선아 밖에 없고, 나머지는 대부분 정상적이다. 다만, 휴대푼 같은 전자기기가 2010년 정도에나 가능한 첨단 기기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주요 내용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유전자 변형으로 태어난 애들 중에 폭력적 유전자를 주입한 놈이 피해의식 때문에 많은 살인을 하고, 나머지 애들 중에 두명이 얘를 처리한다는 것이다. 폭력적 유전자를 주입한 놈이 최민수고, 나머지 애들 중에 두명이 김승우와 김윤진이다. 이게 다다.

두번째 실망사유는 캐스팅이다. 가장 큰 문제는 김승우. 난 김승우가 나온 영화 중에서 잘 된 영화를 못봤다. 일단 꽃을 든 남자를 비롯해서, 비밀도 마찬 가지고, 아, 예전에 짜장면집 관련해서 나온 영화... 이것도 망했다. 아무튼 누구 김승우 나와서 성공한 영화 봤나? 김윤진은 자기 앞가림은 해도 영화 전체를 끌고 갈만한 능력은 부족하다. 쉬리 한방으로 뜨기는 했지만, 여전히 많이 부족하다. 김선아? 영화보다가 피자헛만 생각나더라. 대사도 별로 없고, 눈 밑에 장미스티커는 왜 붙이고 나왔나? 최민수, 그 중 제일 낫다. 그런데, 최민수는 중반까지 한 두번 나온다. 그리고 이후에도 종종 폼잡는 거 말고는 얼굴 보기가 힘들다. 왜 그중 연기 제일 잘하는 최민수를 썪히는가!

비주얼도 엉망이다. 별로 절실하지도 않은 총격신에 쓸데없이 총알을 낭비하고 할라면 좀 똑바로 할 것이지, 전쟁영화마냥 아군과 적군이 구별이 안된다. 운동경기 할 때처럼 확연히 다른 옷 입히는 거 바라는 거 아니다. 구별하게 좀 못하나? 마지막에 나오는 최민수와 김승우의 육탄전, 이것도 좀 웃겼다. 어떻게 우연찮게 총알이 같이 떨어져서 육탄전을 시작했다는 것까지는 그냥 봐줄만하다. 왜? 매트릭스에서도 봤으니까... 그런데, 육탄전도 정말 정신없다. 어두운 화면에서 클로즈업 된 상태에서 누가누굴 때리는지 분간이 안간다. 뭐 분간할 필요가 없다라고 말하면 할 말은 없다.

이야기 진행도 엉망이다. 왜 이거 보여줬다가 저거 보여줬다가 하는지 모르겠다. 특별히 편집의 예술성을 자랑하는 것도 아니라면, 첫 암시장면 딱 보여주고, 나중에 그 장면이 이 장면이다라고 이어주거나, 아니면 처음부터 쭈욱 밀고 나가던가 하지, 왜 이장면 찍었다 저장면 찍었다 하는지 모르겠다. 감독 마음이라면 할 말은 없지만, 전체적으로 산만하다라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는 없을 듯하다.

보다가 재미있었던 장면을 꼽으라면, 화상전화에서 전화받기 전에 꼭 카이 광고가 나온다. 스폰서이겠거니 하고 넘어갔는데, 아주 친절하게 알려준다. 김승우가 경찰전화에 광고 좀 빼면 안되냐고 항의하니까, 반장이 말하길, 그럼 니가 스폰서가 내는 돈 다 낼래? 란다. 웃기는 방법도 여러 가지다.

뭐 이제까지 이렇게까지 영화에 대해서 공격한 적이 없었는데, 예스터데이는 이런 공격을 나한테만 당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 아마도 비평가들의 집중 포화를 받을 것이라는 예상을 해본다. 금년 최악의 영화 후보에 오르고도 남을 영화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