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소설

사실, 손예진의 연기력에 큰 기대를 걸지는 않았다. 이미 취화선에서 그 존재성에 의문이 제기된 손예진에게 기대를 갖는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손예진은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해 내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영화가 손예진의 특성을 잘 살려내었다고 볼 수 있다.

시간적 배경을 영화 중간 축구 한일전을 중계해주는 장면에서 알 수 있는데, 도쿄대첩 이민성의 결승골로 한국이 승리를 거두는 그 시기이다. 이 시기를 5년후, 즉 현재라는 프레임 속에서 보여주게 된다.

지환( 차태현 )이는 첫눈에 반한 여자에게 가서 첫눈에 반했다고 말할 수 있는 아주 용기있는 남자다. 경희( 이은주 )와 수인이( 손예진 )가 함께 있는 곳에서 수인이에게 좋아한다고 말해버린다. 이에 경희가 잠시 삐지지만, 이내 그들은 우정과 사랑 사이를 조금씩 왔다갔다 하며 깊은 관계를 갖게 된다.

셋의 관계는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변하게 되는데, 지환이가 수인이보다는 경희를 더 좋아하게 된다. 하지만, 경희는 여전히 지환이가 경희를 더 좋아한다고 믿는 모양이다. 하지만, 그들은 헤어지게 되고, 5년후의 액자속으로 튀어나와 나머지 이야기를 전개하기 시작한다.

일반적인 로맨스를 표현하는가 싶었던 영화가 갑자기 관객에게 장난을 걸기 시작한다.수인이의 몸이 더 안좋았었는데, 경희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게 되는 지환이. 하지만, 편지를 보내는 사람은 경희? 이렇게 이름을 가지고 장난에 장난을 거듭하면서 관객들은 혼란에 빠지고, 감독은 "아까 살짝 가르쳐 줬잖어."라고 말하는 듯, 얘전에 깔아 놓았던 복선에 대해서 설명을 하며 장난을 마친다. 감독의 센스가 돋보디는 장면이었다.

마지막 장면때문에 눈시울이 뜨거워지기는 했지만, 최진실과 박신양이 주연으로 나왔던 편지만큼의 채루성을 띄고 있지는 않다. 영화 전개상 살아남을 수 없는 운명을 타고난 두 여인네에게 조금 측은한 생각이 들 뿐이다.

세상의 사랑이 이런 영화같을 수는 없지만, 우리는 항상 사랑이라는 것에 대해서 아름답기만 하다는 환상을 가지게 된다. 영화속에서 다시 영화속의 장면을 빌어서 사랑에 대해 표현하길, 사랑해서 너무 아프지만 계속 아프고 싶다라고... 사랑이란 행복한 고통이다라고 정의내리는 것일까? 사랑에 대한 의문부호가 하나씩 늘어나고 있는 나로썬 또하나의 의문부호만 추가한 셈이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