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ueless( 클루리스 )

소파의 편안함에 현혹되어 TV에서 보여주는 영화를 보게 되었다. 95년에 나온 Clueless라는 영화였다. 당시 알리시아 실버스톤의 매력에 푹 빠져 있었던 터라 내용에 관계없이 보았던 기억이 나는데, 성우가 워낙 실감나게 대사를 읆어주는 바람에 예전보다 더 흥미가 있었다( 물론 일반적으로 성우가 대산 말하는 거 정말 싫어한다 ). 게다가 고등학교때의 시각으로 본 클루리스와 대학생의 시각으로 본 클루리스는 조금 다르게 보여진다.

베벌리힐스의 부자집 딸래미들의 이야기, 그중에서도 쉐어( Alicia Silverstone )가 나래이션까지 동원해서 영화를 전개시킨다. 알리시아 실버스톤의 영화라고 보면 된다. 줄거리는 특별할 것이 없다. 멍청한 부자집 딸래미가 천한 사랑과 귀한 사랑을 구분하다가 진정한 사랑을 그것도 양오빠에게서 찾는다는 조금 파격적인 결론에 이르게 되는 이야기다.

당시의 영화를 보면서 격세지감이라는 단어를 쓰게 되는 장면이 보이는데, 바로 휴대폰 통화 장면이다. 쉐어와 그 친구는 수업이 끝나고 서로 휴대폰을 가지고 통화를 하다가 위치가 가까워져서 상대방의 얼굴을 확인하고는 전화를 끊는다. 당시에 이 장면은 베벌리힐스 부유층 자녀의 호화로운 생활을 표현하기 위한 잔머리였다. 하지만, 지금은 어떠한가? 한국인의 기본 생활 중에 일부가 되지 않았던가! 변증법적인 논리로 본다면, 지금 베벌리힐스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 중에는 8년후에 우리가 할지도 모르는 일이 있다라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겠다. 뭐, 그렇지 않은 것이 더 많겠지만... 여전히 우리는 뚜껑열린 차를 고등학생이 몰고다니기는 힘들다.

또 한가지 주목할 점이 보인다. Don't Say Word에서 정신병자인 척하며 나온 그 브리트니 머피가, 8마일에서 스타를 꿈꾸는 어리석은 소녀로 나온 그 브리트니 머피가 클루리스에서는 어벙하고 촌티나며 푼수떼기인 전학생으로 나온다는 것이다. 정말 8 마일에서의 세련됨을 전혀 찾을 수 없는 모습이었다.

클루리스라는 영화, 브링잇온같이 꿀꿀한 기분을 상쾌하게 바꿔주는 그러한 영화인 듯 하다. 물론, 남 잘사는 거에 배아파하는 사람이 보면 더 뒤틀리겠지만...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