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 용의 부활

삼국지라는 대서사시를 고작 두시간짜리 영화 한편으로 만드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의천도룡기같은 긴 이야기도 2시간짜리 영화로 축약을 해버리면 구숙정이 나왔다고 한들 그 싱거움과 생략의 고통을 감독과 관객이 함께 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아마도 반지의 제왕같이 세 시간짜리 세 편정도는 만들거나 해리포터같이 시리즈물로 만든다면 그래도 가능한 일이 아닐까 생각된다.

삼국지 - 용의 부활은 이제까지 삼국지에서 조연에 머물렀던 촉의 오호대장군 중 한 명인 자룡 조운을 그 주인공으로 하여 만들어진 영화이다. 항상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촉의 의형제 유비, 관우, 장비도 용의 부활에서는 시대적 배경을 이해시키기 위한 미장센 수준으로 잔락한다.

영화는 크게 조자룡이 명성을 떨칠 수 있었던 가장 큰 계기가 되었던 장판교에서의 유비 아들 구하기 프로젝트를 전반부에 위치시키고, 후반부에는 촉의 세가 기울고 당대의 영우이 하나두울 세상을 떠난, 한마디로 이문열의 삼국지 10권이나 9권 후반부 정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내가 이 영화에게 점수를 줄 수 있는 것은 만들다 만 듯 엉성하게 끼어 있는 조운의 러브스토리도 아니고, 조운의 일대기 만큼이나 반으로 뚝 나뉘어져 있는 흐름도 아니다. 바로 영화 전반을 확 사로잡은 조운의 유비 아들 구하기 프로젝트이다. 1만대군에 둘러 쌓여 자기 몸조차 보존하기 어려운 마당에 울고 있는 아기를 등에 엎은 채 1만대군의 창끝을 피하며 피바람 몰아치는 창술을 선보이는 장면은 관객이 이 시대에 중국영화에게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정확히 꿰뚫고 있다고 외치고 있는 보인다. 아이울음소리와 겹쳐지는 클래식 무기들의 둔탁한 소리와 피로 물들어 가는 장판교, 가장 칭찬해주고 싶은 연출이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