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차 동원훈련기 - 첫째날

작년 11월 생애 첫번째 동원 예비군 훈련에 끌려갔다온 이후, 5개월만에 다시 소집되었다. 꽤나 짜증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산업기능요원이라는 차선을 선택한 나로서도 동원예비군훈련은 피할 수 없었다. 고객사에서는 꽤나 난감한 상황이고 난감한 만큼 난 눈치가 보인다. 국가에서 지운 피하기 어려운 짐을 지러 간다니 말은 못하지만 이렇게 인력이 빠지면 곤란한 것은 사실이니...

작년 첫번째 훈련때는 당고개역 부근에 있는 예비군훈련장에서 받았는데, 이번에는 강남구 내곡동에 있는 훈련장으로 오란다. 쪽팔리게 어찌 그 먼 거리를 군복을 입고 이동을 해야하나 걱정을 하다가 꾀를 내어 사복을 입고 와서 양재역 화장실에서 군복으로 갈아입고 버스를 타고 훈련장으로 들어 갔다. 양재역부터는 많은 동반자들과 함께할 수 있었다.

작년 훈련때는 가는 길에 길들여지지 않은 A급군화로 인하여 발뒤꿈치가 처절할 정도로 까지는 찰과상을 입어서 훈련 내내 한 현역애가 구해다준 Z급 활동화를 신고 훈련을 받았던 기억을 상기하며, 발뒤꿈치에 반창코를 붙이며 만발의 준비를 했더니 한결 편안하게 군화를 신고 움직일 수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조금은 작은 듯한 내 군화는 발가락을 혹사시켰다.

작년에도 그렇듯, 첫번째날은 그다지 할 것이 없다. 출석도장을 찍고, 개인 군용품을 지급받고, 군장을 싸고 신고식을 하면 날이 저물고 저녁식사를 한 후에 잠시 앉아서 이론교육을 받는 것으로 끝났다. 훈련장만 바뀌었지 훈련 주체는 똑같이 수방사 헌병단이었기 때문에 작년과 너무나 유사한 하루였다. 일부 교관들은 작년에도 봤던 사람들이었다. 다만, 운영면에서 매끄럽지 못한 모습을 자주 보여주었는데, 그 대표적인 피해자인 나는 생활관(내무반)을 두번이나 옮겨야 했다. 대신 군장을 싸지 않고 예제용 완성군장을 사용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군장쌀 줄 모르는 나에게는 적절한 보상이었던 셈이다.

작년 훈련소에서 만난 아저씨도 볼 수 있었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