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하 아나운서

저녁 9시, TV를 켜고, 체널을 MBC에 맞추면, 9시를 알리는 업체 제휴 시간 알림과 동시에 MBC 뉴스데스크가 시작한다. 그리고, 엄기영씨가 나와서 비중있는 뉴스를 다루기 시작한다. 그리고 비중있는 뉴스가 끝나면, 김주하 엥커가 나와서 덜 비중있는 뉴스를 전하게 된다.

언제인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언젠가부터 이 김주하 엥커를 좋아하기 시작했다. 깜찍하게 예쁘다고 볼 수는 없지만, 어딘가 기품있어보이고 편안해 보이며, 냉정한듯 하면서도 부드러워 보인다. 기쁜 뉴스를 전할 때는 드러날듯 드러나지 않을 듯한 엷은 미소를 남기기도 하고, 나쁜 소식을 전할 때는 그녀의 얼굴에 어두운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최근들어서는 김주하 엥커의 옷에도 상당히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오늘은 이런 옷을 입었군, 내일은 어떤 옷을 입을까... 이런 사소한 일까지 관심이 가는 것을 보면, 난 이미 그녀의 팬이 되어버린 듯하다.

다음 카페에도 김주하 엥커의 이름을 찾을 수 있다. 가입버튼을 누르려고 하는 순간, 킬러들의 수다라는 영화의 한 장면이 생각났다. 이 영화에서, 살인청부업을 하는 네 형제들은 뉴스를 할 시간이면, 항상 TV앞에 앉아 어떤 여자 엥커를 바라보며 바보스러운 모습으로 넋이 나간 표정을 하고 있다. 마치 나또한 이러한 모습이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스치며 가입을 주저하게 만들었다.

가입을 하지 않아도, 그녀의 프로필을 볼 수 있었는데, 73년생이고 이화여대를 졸업했다. 아마도 이화여대를 졸업한 여자중에서 내가 유일하게 호감을 가지고 있는 여자인지도 모르겠다.

어떤 팬이 그녀에게 보낸 편지에서는 유명세 때문에 아이디를 해킹당한 경험이 있다는 이야기가 적혀 있어, 비밀번호를 꽤 쉬운 것으로 사용하는구나라는 것을 알 수 있엇고, 동시에 유명인으로서 가지는 부담감이나 불편은 뉴스데스크 엥커도 피해갈 수 없음을 깨달았다. 매일 9시에 나타나 당당한 모습으로 뉴스를 전하는 모습 이면에는 그러한 고충이 있겠구나하는 그런 생각...

여성월간지 인터뷰 내용도 볼 수 있었는데, 그녀의 스케줄 지향적 생활패턴에 대해서 상당히 호감을 가졌다. 스케줄 지향적인 생활은 나 또한 추구하는 것이라( 최근에는 아노미 상태에 빠져 있지만 ) 더 깊은 관심이 나타났는지도 모르겠다. 나자신을 다시 한번 돌아보는 계기로도 작용했다.

최근에는 귀가시간이 늦어지는 관계로 뉴스를 볼 기회가 별로 없다. 그녀를 본지도 오래되었다. 빠른 시일 안에 귀가시간을 조금 앞당겨서 TV속의 그녀를 보아야겠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