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이 누나의 결혼식

외가쪽과는 오랫동안 왕래가 없다가 도봉동으로 이사 오면서 강북에 몰려 있는 외가 친척과의 왕래가 잦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난 이러한 교류에 대해서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았었는데, 어제도 자의반타의반으로 번동 이모의 셋째딸 경남이 누나의 결혼식에 참여하게 되었다. 아마, 이 누나하고 얘기해본 지가 10년이 넘었을 듯 한데...

청량리의 미래웨딩홀이라는 곳에서 결혼을 했는데, 청량리역에서 경동시장을 다 지나고 나면 나타난다. 그럭저럭 괜찮게 생겼고, 내부도 적절하게 꾸며져 있었으며, 식장은 물론이고 뷔페도 괜찮았다.

오래간만에 간 자리라 나를 보는 사람들의 첫마디는 "니가 상욱이니?"였다. 대부분, 거기다가 가끔 비꼬는 듯한 어투로 "그 유명한"이라는 수식어를 붙여, "니가 그 유명한 상욱이니?"라고 하는 사람도 종종 있었다. 첫마디는 그다지 기분이 나쁘지 않은데, 두번째 마디는 "그 곱던 피부가..."로 시작되는 ...

이모부가 돌아가셨기 때문에, 신랑 신부가 함께 입장을 하였는데, 꽃밭 위에 레일이 이동하면서 신랑신부가 하객들에게 인사를 하는 구조였다. 인사받는 하객들도 쑥쓰러운데, 인사하는 신랑신부는 얼마나 쑥쓰러울까?

양마동 이모를 따라온 유진이 누나와 명화 누나를 만날 수 있었는데, 뷔페에서는 옆자리에 앉아서 길지 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어렷을 때는 엄마가 유진이누나 이쁘다 이쁘다 그래도 잘 몰랐는데, 어른이 된 지금 난 유진이 누나의 미모에 정신이 혼미할 정도였다. 양마동 식구들의 미모는 이모부로 물려받은 타고난 복이었지만, 그 중에서도 유진이 누나의 미모는 예쁘다는 표현을 뛰어 넘어 아름답다라는 수식어가 쑥쓰럽지 않을 정도였다. 어찌, 초등학교 다니는 애를 둘씩이나 둔 아줌마의 외모가 저토록 찬란할 수 있단 말인가! 도도함 그 자체였다.

뷔페 음식이 다 그렇고 그렇지만, 또한 예식장 식권으로 먹는 음식이 얼마나 맛있겠냐마는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다. 첫 접시는 여러 가지 먹어보고, 두번 째 접시부터는 회를 비롯한 해물류로 섭렵했다. 역시 참치회는 빨간 것이 더 낫다.

다 먹은 후에, 엄마랑 이모들은 다른 사람들과 인사하러 가고 레벨이 같은 누나들과 앉아 있었는데, 커피를 가지고 오니 유진이 누나가 자상하다며 나보고 일등신랑감이란다( 좋아서 헤벌레... ). 또한, 엄마가 내 PR을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유머 감각도 뛰어나다는 말까지... 우헤헤헤헤...

아리 누나와 지카형을 3시경에 만나기로 했기에, 잠시 후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