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 월드시리즈, 그 감동적인 화면을 떠올리며

야구라는 경기는 정말 예상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팬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다. 내가 처음으로 관심을 가진 이번 2002 월드 시리즈는 정말로 흔히들 말하는 드라마였다.

4, 5차전에서 김병현이 애리조나에게 극적인 패배의 부담감을 안겨 주었던 것과 반대로, 이번에는 애리조나가 7차전에서 그 오히려 철옹성이라 불리우는 리베라로부터 극적인 끝내기 안타를 뽑아 월드시리즈를 가져갔다.

정말, 4차전 5차전을 망친 김병현의 심정은 오죽했을까! 자신을 믿었던 밥 브랜리 감독에게 얼마나 미안했으며, 밥 브랜리 감독이 여론의 화살을 맞고 있었을때의 그의 죄송스러움은 더 말할 나위도 없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밥 브랜리 감독은 7차전에서도 그를 중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물론 등판하지는 않았지만, 상황에 따라서 충분히 등판할 가능성이 있었다.

철옹성이라 부리우는 마리아노 리베라도 무너지고 애리조나가 승리함으로써, 반사적으로, 김병현의 잘못이 어느정도는 덮여져서 참 다행이다.

이번 애리조나의 승리는 우승의 염원이 간절한 노장 선수들의 투혼이 역할을 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랜디존슨과 커트실링의 감격적 포옹이 아직도 눈에 생생하게 어른거린다.

이와는 상관없는 이야기이지만, 미국의 스포츠 중계는 정말 한편의 영화를 보여주는 듯하다. 중점인 투수와 타자의 대결을 절대로 놓치지 않으면서도, 그 사이에 벤치의 모습, 관중의 모습 등을 상황에 적절히 맞춰서 빠른 쇼트로 보여준다. TV 보는 사람을 한시도 지루하지 않게 만든다. 물론 어떠한 장면은 다시 보기 싫은 장면인데고 지속적으로 다시 보여주는 경우도 있다. 김병현이 4차전에 이어 5차전에서도 극적인 홈런을 얻어맞고 주저앉는 모습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방송의 냉정함이 바로 이런 것일까!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