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

다른 사람들이 이렇게 웃는걸 보니 우리 남편이 이제 잘하고 있구나, 바로 이런 뜻이 담긴 웃음일 것이다. 이런 웃음이 조금씩 사라지면서 남편과 이별을 하게 된다. 이정재는 어떠한가! 머릿속에는 아내와의 이별밖에 생각나는 것이 없다. 자신은 울면서 다른 사람은 웃겨야 한다. 우는 이정재와 웃는 관객들을 번갈아 보여준다.

이영애가 나오지 않았다면, 거들떠 보지도 않았을 그런 영화. 정말 이영애와 이정재가 아니었으면, 도대체 누가 이 영화에 캐스팅이 되었을까. 이정재를 처음 영화에서 본것은 아마도 "태양은 없다"였을 것이다. 그 이후로 내 뇌리에는 이정재 이미지가 바로 그 이미지로 자리잡고 있었다. 능글맞게 웃으면서도 짜증이 섞인 그 표정, 왜 일이 안풀릴까, 하는 그 표정, 선물에서도 그 표정은 유효했다. 이영애? 심은하가 은퇴하는 마당에 이제 그녀밖에 없다. 이미연이었으면 어떨까? 갸날픔이 좀 부족하지 않나?

그들은 같이 있을때는 으르렁 거리지만, 떨어져 있을 때는 그 진심이 보인다. 마치 크리스마스 선물을 읽는 것 같다. 아픈 아내를 위해서 한약을 다려오는 남편, 남편 웃기는데 방해될까봐 아픈거 얘기 안하는 아내.

화면을 쳐다볼 수가 없다. 자꾸 눈물이 솟구쳐 올라, 중력의 힘이라도 빌려 보려고, 안약 넣듯이 천장만 쳐다보며 눈에 눈물을 담느라 정신이 없다. 오히려 마지막까지 씩씩하게 살아가려는 그녀가 날 위로하는 것 같다.

마지막 사진은 웃는 모습으로 넣고 싶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