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

9시가 채 되지 않은 무렵, 갑자기 전기가 나갔다. 아파트 전체가 다 나간 것이었다. 알고보니 단지 대다수 아파트가 정전이었다. 이럴 수가...

무려 2시간 동안이나 어둠의 시간이 지속되었다. 나에게 이 어둠에 빛으로 작용할 것은 mp3플레이어와 휴대폰 두 가지 뿐이었고, 난 이 두 가지를 가지고 밖으로 나가서 아파트 단지를 거닐었다.

이 정전이 나에게 잠시 사색에 잠길 시간을 주는구나라고 생각할 겨를도 없이 찌는 듯한 무더위에 지쳐 버렸다. 오래간만에 친구들에게 전화를 돌렸으나, 토요일 밤에 다 술이나 마시고 있는지 받는 사람도 얼마 없고... 에휴... 괜시리 토익때문에 약속도 안잡고 토요일 밤을 날려버린 것도 억울하고...

많은 걸 상기시키고, 많은 걸 가져가버린 정전이었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