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벽대전 : 거대한 전쟁의 시작

삼국지의 수많은 전쟁 중 백미를 꼽으라면 누구나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은 아마도 적벽대전일 것이다. 삼국지연의의 영향을 많이 받은 독자들은 특히나 적벽대전이 잊을 수 없는 전쟁이다. 물론 조조의 추종자들은 이 전쟁이 유비와 그의 일당들을 지나치게 과대평가했다며 삼국지연의 자체를 비난하기도 한다. 이렇듯, 젹벽대전은 논란의 대상이 되는 전쟁임에 틀림이 없고 언젠가는 만들어질 그러한 소재였던 것이다. 그리고 드디어 쌍권총과 비둘기로 잘 알려진 감독 존 우( 오우삼 )에 의해서 시각화되었다.

역사적 사실 또는 역사적 사실을 근거로 쓰여진 소설을 바탕으로 한 영화이기에 이 글에서는 굳이 스포일러를 지양하지 않겠다.

2시간 30분 안팎의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이것이 끝이 아니다. 사실, 이것이 상/하로 나뉘어진 첫편이라는 사실은 마지막에 "to be continue..."라는 자막이 올라가기 전에는 몰랐던 사실이었다. 빨리 방통이 나와 저 배들을 묶어야 할텐데라는 생각으로 방통이 나오기만을 기다리는 나의 기대와는 달리 나타난 것은 "to be continue..." 또 2시간 30분에 해당하는 러닝타임이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압축성은 자나치다 싶을 정도이며 따라서 삼국지의 내용, 특히 적벽대전의 내용을 알지 못하는 사람은 이해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물론, 삼국지 안보고 이 영화 보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는 가정을 조심스레 해본다 ).

영화의 시작은 유비의 일행이 남하하는 조조에 의해 신야성을 빼앗기고 도주하는 장면부터 나온다. 따라서, 적벽대전의 스페셜 쌩스 조운의 유비 아들 구하기 원맨쇼가 포함되어 버리는데, 금년 4월경에 한국에서 개봉했던 또다른 삼국지 시리즈 "용의 부활"에서 보여주었던 유덕화의 멋들어진 액션과 너무나 비교되는 조자룡의 모습에 첫번째 실망을 하고 만다. 물론, 적벽대전의 주인공이 제갈량과 손권, 그리고 주유라고는 하지만 이 영화에서의 조운은 정말이지...

양조위가 맡게되어 본의 아니게 역할이 커진 주유, 하지만 실질적으로도 젹벽대전의 주인공으로서의 주유는 그리 호락호락한 캐릭터는 아니다. 문무 양쪽에 탁월했던 주유는 영화에서도 제갈량에 견줄만한 지략과 제갈량으로서는 결코 흉내조차 낼 수 없는 무예로 그 존재감을 유지한다. 게다가 삑사리나는 피리소리를 견디지 못하고 손수 고쳐주는 아량(?)까지 보여준다.

제갈량과 거문고 비스무레한 악기로 합연만 하지 않았더라도... 그 씬은 일부러 관객들의 긴장감을 풀어주기 위하여 집어 넣은 것인가!

누구의 영화인지 티를 내고야 마는 오우삼, 여기저기 박아놓은 오우삼의 낙관으로 인하여 자꾸만 망해버린 미션임파서블2가 생각나곤 하였다.

생각해보면 나의 머릿속에 상상으로 그려진 삼국지는 이문열의 삼국지보다는 PC용 시물레이션 게임 코에이 삼국지가 아닐까 생각된다. 적벽대전에 등장한 주유의 부인 소교는 코에이 삼국지에 등장하는 그 소교와 너무나 닮아 있다.

린즈링이 방한했을 때의 모습은 결코 소교의 느낌이 나지 않았었는데...

영화 중 가장 짜증을 유발했던 바로 그 주유와의 합연장면. 그들은 음으로 뜻을 주고 받았는 지 모르겠으나, 5.1체널 서라운드로 그 소리를 들어야 하는 관객들 생각도 좀 해줬어야 하지 않을까?

손권의 여동생 손상향으로 나오는 조미, 너무나 폭삭 삭아버린 모습에 당혹스러웠던... 예전엔 귀여운 맛이라도 있었지...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