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경제 재생의 진실』 일본경제신문사

오랫동안 난 영국이라는 나라에 대해서 긍정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었던 것과는 별개로 도대체 영국이라는 나라는 뭘 먹고살까라는 궁금증을 풀지 못하고 있었다. 제조업은 하나도 없고 금융밖에 없는 나라가 어떻게 그렇게 부유해 졌을까라는 의문점, 난 그것을 풀고 싶었다. 그리고 이 책 『영국경제 재생의 진실』은 그 궁금증을 조금이나마 풀어주는데 기여를 하였다.

이 책은 일본경제신문사 기자들이 현지 취재를 통하여 자료를 확보하고 쓴 글이다. 물론, 주관적인 의견이 들어갈 수 있지만, 그 자료의 객관성만큼은 신뢰할 수 있을 듯 하다. 실제로 많은 신뢰해도 좋을 듯 보이는 갖가지 자료와 인터뷰를 실어 놓았다. 일본의 시각으로 본 영국 경제는 꽤나 칭찬 일색이다. 그 과정이 어찌되었건 영국은 현재 1인당 GDP $45,000를 자랑하는 부국이며 그 경제 규모 또한 10위권안에 든다. 주목할만한 제조업도 없이 말이다.

제조업의 둔화는 선진국으로 가는 길에서 불가피하게 거쳐야할 과정이라고 볼 수도 있다. 자연스럽게 인건비는 올라가고 환율은 수출에 불리하게 되며, 특히나 시장규모가 크지 않은 나라는 이러한 악조건에 보다 민감하게 반응한다. 즉, 영국은 이러한 제조업의 둔화라는 장애물을 적극적인 외자유치를 통해 멋지게 지나쳤다. 자본의 국적을 따지지 않고 제조업 분야를 팔아치운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윔블던 효과라고 한다. 영국인이 아닌 테니스 선수들이 윔블던에서 테니스 대회를 하면 영국은 입장료를 챙긴다. 적절한 비유가 아닐 수 없다. 결국에는 영국정부에 세금을 납부하고 그 세금으로 복지정책을 유지하여 국민들의 행복추구에 보탬이 된다.

물론, 제조업의 붕괴에도 불구하고 전세계로 뻗어나가는 Tesco와 북해산 오일을 팔아먹으며 승승장구하고 있는 BP에 대해서도 언급을 빼놓지 않는다. 살아남은 제조업은 크게 성장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금융분야에서는 빅뱅전후 달라진 점에 대하여 언급하고 있다. 영국도 처음에는 한국처럼 증권사가 브로커리지에 의존한 안정된 수입을 추구하였으나 빅뱅이후 살아남기 위하여 좀 더 리스크지향적인 사업을 벌이기 시작했다는 사실에서 자본시장통합법을 앞두고 있는 한국이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할 지에 대한 좋은 참고자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금융분야의 성공은 빅뱅이라 불리우는 제도 개혁에서 그 원인을 찾고 있다. 즉, 최대한 시장을 개방하고 자유도를 허용하여 자연스럽게 살아숨쉬는 금융을 만든다는 점이다. 미국이 IB에 특화된 것과 비교하여 영국의 금융사들은 자산운용에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데, 자유도가 높은 만큼 법적 제재를 최소화한 환경에서 고객의 니즈를 잘 파악하여 끊임없이 새로운 상품을 출시하는 것이 그 이유가 아닐까 생각된다.

추가적으로 많은 페이지를 할애한 것은 노동시장의 유연함이다. 영국의 노동시장 정확히 이야기하면 금융계 노동시장은 고용과 해고가 매우 자유로우며 게다가 외국인 노동자의 유입 또한 꽤 관대하여 항상 젊음을 유지할 수 있다. 실제로 런던에 가보면 정말 수많은 인종이 살고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인종의 전시장은 이제 미국이 아니라 런던이다.

제목과는 별도로 정치 등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으나 이 책의 리뷰는 이 정도로 마칠까 한다. 경제적인 관점에서 영국을 바라볼 수 있었던 좋은 경험이었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