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릴린치를 둘러싼 두가지 즐거운 뉴스

요즘만큼 주식가지고 있는 것이 가시방석일 때도 없을 것이다. 전쟁이 나도 몇 달이면 주가가 회복이 되는데, 서브프라임모기지론 사태라는 기나긴 겨울은 벌써 1년을 넘게 끌어오며 전세계 주가에 진한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강도도 강도지만 기간이 워낙 길고 언제 끝날 지도 모르는지라 더 견디기가 힘들다. 악재는 한꺼번에 온다고 했던가! 기름값을 비롯한 원자재가격까지 급등을 한단 말인가!

요 며칠 사이 기름값이 많이 빠졌다. 배럴당 150달러는 물론이고 200달러도 터무니없는 가격이라고 무시해버릴 수 없었던 것과 비교하면 120달러대의 지금가격은 왜이리 싸보이는 지 모르겠다. 100달러가 넘었다고 뉴스가 기름소식이었던 때도 있었건만... 원자재가격도 이제 제자리를 찾아가는 모습이다. 다만, 원유와 기타 원자재가격 상승세가 주춤해진 이유는 공급에 있지 않고 수요에 있기 때문에 마냥 좋아할 일은 아니다. 잠재되어 있는 위험정도로 간주해야 옳다.

많은 악재 속에서 시장은 한줄기의 빛을 발견했다. 그 빛은 서브프라임모기지론이라는 기나긴 터널이 이제 끝나가는 듯 저 멀리서 반짝이기 시작한다. 그 빛의 실체는 다름아닌 론스타!

론스타! 베팅을 하다

한국에는 외환은행에 얽힌 길고도 끈적끈적한 인연으로 더 잘 알려져 있는 론스타는 사실 부실자산을 사들여 적절한 평가를 받은 후에 비싸게 매각하는 것에 탁월한 재능을 가진 꽤나 영리한 조직이다. 한국에서 모피아들이 쫓겨나는 사건의 발단이 되었던 론스타의 외환은행 헐값매입 논란을 조금은 다른 시각에서 바라 본다면 이렇다. 즉, 이헌재 사단과 모피아들을 도덕적으로 중립적인 차원으로 간주한다면 하루라도 빨리 경제를 정상화시키고 싶어하는 한국정부의 심리적 약점을 론스타가 영리하게 이용했다는 것이 아마도 그 당시의 상황을 더 적나라하게 설명해주는 것이 아닐까 한다. 론스타가 외환은행뿐만 아니라 기타 여러 기업으로부터 부실해 보이는 자산을 사들여 적절하게 포장하여 높은 값에 매각한 사실이 이러한 설을 뒷받침에 준다.

이러한 론스타가 메릴린치의 CDO( Collateralized Debt Obligation, 부채담보부증권 )을 장부가의 1/5에 사들인 사실이 28일 CNN머니로부터 처음 밝혀졌다. CDO의 간략한 설명을 하자면, 안전한 채권과 위험한 채권을 적절히 섞어 놓은 하이브리드 채권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데, 서브프라임모기지채권이 섞여 있다는 이유로 최근들어 그 가격이 급격히 하락하였고 메릴린치를 비롯한 미국의 금융기관에서 보유한 CDO도 그 끝을 알 수 없는 자산상각을 거듭하며 서브프라임모기지론 사태를 연장전으로 이끌고 있다. 즉, 서브프라임모기지론 사태의 얼룩이 묻은 지저분한 채권이라고도 표현하면 적절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왜 론스타는 왜 이 CDO를 메릴린치로부터 인수하였을까? 메릴린치는 왜 이 CDO를 헐값에 론스타에게 넘겼을까? 이 두가지 질문은 한가지로 답변할 수 있다. 그들의 이해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먼저 매도자인 메릴린치의 입장은 다분히 감정이 섞여 있다. 끝없는 자산상각을 더 이상 바라보기도 지겨운 이 마당에 헐값에 팔아버리고 분위기를 쇄신하자는 차원이다. 이미 그들로서도 더 이상 이 CDO의 실질적인 가치를 평가하기가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반면에 론스타는 이 더러운 채권을 사들였다. 그들의 이유는 더 간단하다. 더 이상의 하락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우리는 메릴린치보다 론스타가 더 똑똑하기를 바랄 뿐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론스타는 부실자산인수가 전매특허이다. 즉, 이 분야만큼은 메릴린치보다 그들이 더 똑똑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이를 전제로 놓고 본다면, 단적으로 말해서 서브프라임모기지론 관련 채권의 상각은 더 이상 없다라는 의미가 되고, 더 나아가 미국 부동산의 가격 하락도 멈출 것이라는 뜻이다. 서브프라임모기지론 사태를 종식시킬 수도 있을 법한 큰 사건이다. 론스타의 타이밍이 조금 빗나갔을 수도 있지만 그들의 화려하고 완벽한 통산전적은 그들의 판단 자체가 세계 경제에 시그널로 작용할 수도 있다. 그들이 사면 오른다라는...

한국투자공사의 잔머리?

KIC 한국투자공사도 메릴린치에 발을 담근지 꽤 시간이 지났다. 언제 미국의 거대한 금융기업에 발을 넣어 보겠냐며 도전한 메릴린치 우선주 인수는 장기투자 운운하며 사실상 빗나간 타이밍이라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분명 그것은 실수였고 그들 또한 인정했다.

다만, 그들의 다음 행동은 의견이 갈린다. 9%의 실질적인 고정수입을 포기하고 우선주를 보통주로 변환하는 옵션을 사용해 버린 것이다. 이로서 KIC의 투자 실적은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섰다. 이를 두고 단기적인 손실을 흑자로 보이게 만드려는 술수라고 폄하하는 의견과 이미 자산상각이 끝나가는 상황에서의 적절한 선택이라는 의견이 팽팽하다. 지금이 극적으로 정확한 바로 그 타이밍이라는 보장은 없지만, 난 후자에 손을 들어주고 싶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