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인터뷰, 준비도 되지 않은 상황인데...

알람시계를 꺼버리고 다시 늦잠을 즐기고 있는 찰라, 전화가 왔다는 것을 인지했다. 뒤늦게 받았으나 끊어지고, 조금 후 다시 전화가 왔다. 구인관련된 전화였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전화인터뷰는 면접보다 훨씬 어렵다. 바디랭귀지나 표정, 눈빛 등의 힌트가 전혀 없이 완전히 리슨 & 스피킹으로 대화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문제는 내가 잠이 좀 덜깬 상태였다는 것! 잠이 덜 깬 상태에서 아이리쉬 악센트를 이해하는 것은 나의 지금 실력으론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다.

하는둥 마는둥 전화를 끊고 좀 더 일찍 일어나 있을 걸이라는 후회를 하며 다시 잠을 청했다. 그러나 다시 몇 분 후 전화가 왔고 아까보다는 통화품질도 훌륭했고( 첫번째 통화는 인터넷전화인듯 발신번호도 안떴다 ), 나의 상태도 조금 더 멀쩡했지만 역시 실패, 마지막에 아일랜드에서 일하려면 영어실력을 좀 향상시킬 필요가 있다는 친절한 조언까지 들어야 했다.

뭐랄까 예상 질문들을 펴놓고 철저한 대비를 했다면 적어도 영어문제로 이러한 실패를 겪지는 않았을 수도 있지만, 저번 갤러리에서 경험한 리스닝 문제를 감안하면 아마도 아이리쉬 악센트에 적응하기 전까지는 영어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다.

영국보다도 임금이 비싼 아일랜드이기에 비자문제에서 자유로운 유럽인들도 모여드는 상황에서 영어문제까지 내가 뒤진다면 결국 취업경쟁에서 폴리쉬에게 뒤질 수 밖에 없다. 아미 아일랜드행은 잠정적으로 포기한 상태이지만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