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든 챔피언』 헤르만 지몬

원래는 아일랜드 여행시에 기내에서 보려고 산 책인데, 결국에는 캐리어 가장 아래에 넣어두고 붙이는 짐으로 보내버렸기에 상처만 입은 채로 한국으로 돌아온 불행한 책이다. 꽤나 두껍기 때문에 들고다니는 것이 쉽지는 않다.

먼저 저자인 헤르만 지몬이라는 사람은 유럽의 피터 드러커라고 불리울 만큼 유명한 사람이라고 씌여 있는데, 내가 경영학과가 아니라 그런지 처음 들어본 사람이었다. 적어도 피터 드러커보다는 덜 유명하지 않겠는가! 독일인이라 그런지 책에서 소개한 많은 기업들이 독일회사나 유럽회사인 경우가 많았다.

히든 챔피언에 대하여 이해함으로서 인간으로 치면 천재에 가까운 대기업들의 성공보다는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라면 목적이라고 하겠다. 대기업을 엘리트층, 히든 챔피언을 성공한 보통 사람이라는 이분법으로 나눠 보통 사람들은 성공한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으라는 뜻이다.

헤르만 지몬이 히든 챔피언이라고 부르는 기업의 특징은 꽤나 여러 조건이 있는데, 무엇보다도 시장 독점적이라는 것이다. 또한 혁신을 게을리 하지 않아 기술적 우위를 유지하고 그래서 지속적으로 시장 독점적 위치를 유지할 수 있다. 또한, 자신의 시장을 노리는 잠재적인 경쟁자를 최대한 억제시키기 위하여 언론의 노출을 꺼리는 특징이 있다. 실제로 자본 조달이라는 부분에서 상장을 꺼릴 정도로 노출을 꺼리는 편이다.

잘 알려지지 않았으면서도 잘 알려지기를 원치 않은 히든 챔피언의 특성은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하기도 하는데, 가장 큰 문제는 인재 확보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우수한 인재들은 브랜드가 널리 알려진 대기업을 선호하는 편이므로 그들이 이러한 인재를 얻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그들의 인재 확보 방법은 조금 더 다른 측면을 고려하게 되는데, 한적한 시골에 자리를 잡고 지역적 프로모션을 강화하는 것이다. 그러면, 그 지역에서 우수한 인재들 중 일부를 확보할 수 있다는 논리이다. 이러한 지역 토착 인재들은 이직률도 낮다고 한다. 다만, 강력한 리더쉽을 가진 창업자의 능력에 의존하는 측면도 있고 특수하고 퍠쇄적인 경영 활동을 하는지라 외부 인재 확보나 더 나아가 후계자 양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이 많은 것을 보면 역시 인재 확보의 측면에서 확실히 대기업에 비하여 불리한 것은 사실이다.

다시 히든 챔피언의 긍정적인 특징들을 알아 보자면, 시장에 대한 포지셔닝을 매우 잘한다는 것이다. 즉, 시장을 정의할 때 너무 크게 정의하여 핵심가치와 역량을 소모하는 일도 없으며, 반대로 너무 작게 정의하지도 않아서 잠재적인 경쟁상대의 성장을 간과할 가능성을 줄인다. 또한, 틈새시장을 개척하고 이 시장이 대중화되면 미련없이 떠나버리는 특징을 갖고 있는 기업들도 있다.

책의 내용을 요약해본 것이 위와 같다. 그렇다면, 이제는 책의 외적인 요서에 대해서 언급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한 가지만 언급하자면 책의 두께다. 내용이 방대한 것은 사실이다. 페이지 수로는 600여 페이지밖에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육중한 부피를 차지하는 것은 종이의 질이 그다지 좋지 않기 때문이다. 얇은 종이를 사용하여 좀 더 책의 부피를 줄일 수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커버는 하드커버이면서 종이는 왜 이런 것을...

난 저자가 제시한 여러 가지 객관적 수치들이 나타나 있는 도표를 그리 꼼꼼하게 보면서 읽지는 않았지만,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경영자라면 아마도 이 책에서 회사가 나아가야할 방향을 정할 때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가 생각된다. 추가적으로 경영학 개론이나 경영관련 교양 수업에 등장하는 기업조사 레포트 쓰기에 이만한 책도 없을 것 같다. 너무 알려지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작은 기업도 아닌 것이 왠지 조사를 많이 한 것처럼 보이게 만들 것 같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