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트온의 희미한 인연 폴더

인스턴트 메신저를 사용하다보면, 무슨 계기로든 등록은 했는데 시간이 지나다 보면 자연히 거리가 멀어지는 그런 사람들이 있다. 난 그런 사람들을 "희미한인연"이라는 폴더에 넣어 놓곤 한다. 어떤 사람들은 비슷한 용도로 "휴지통" 등의 단어를 쓰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 난 차마 그런 급진적인 단어를 쓰고 싶지는 않다. 상상해 보라 자신이 다른 사람의 메신저에 "휴지통" 폴더로 분류되 있다면 그 기분이 어떨지...

그렇지만, 이런 분류를 해 놓는 사람은 좀 소심한 사람의 부류에 속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좀 더 대범한(?) 사람이라면 아예 삭제를 해버릴 테니 말이다. 하지만, 난 결코 먼저 등록된 상대를 지우지는 않는다. 등록했던 사람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나 할까? 그리곤, 다른 사람이 날 지웠다는 사실을 알고 나면 기분이 상하곤 한다. 그렇다. 난 전형적인 소심파이다.

요즘 또 하나 씁씁한 일이 있다. 바로 저 "희미한인연" 폴더로 옮겨지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어떻게 생각해 보면 인생을 살면서 한번 맺어진 모든 인연과 선명하게 연결된 상태에서 살아갈 수는 없는 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점점 희미해지는 인연이 더 많아지는 것은 뒤집어 말해서 다른 사람들에게도 내가 잊혀져간다는 뜻이 아니겠는가!

괜시리 심각해진 하루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