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교에서 온 "반가운" 편지

며칠 전, 모교에서 "반가운" 편지 한장이 왔다. 2000년 3월에 입학하여 쉬지 않고 달려 2004년 2월에 졸업을 했으니, 입학한 지는 9년이 가까워 오고, 졸업을 한 지는 5년이 다 되어 가는 졸업생인 나에게 모교가 편지를 보내는 이유는 딱 한 가지다. 바로, 돈달라는 거지.

학교는 매년 동창회비 내라고 e메일이고 편지고 가리지 않고 보내더니 난데없이 송도에 캠퍼스를 짓는다며 만원을 내란다. 물론, 난 낸 적이 없다.

모교의 시설이 발전하고 또 그래서 후배들이 좋은 환경에서 공부하며 학교의 이름을 드높이는 것은 졸업생들에게도 꽤나 유익한 일이다. 전세계 유명대학들도 다 이런식으로 상당부분의 기부금을 받곤 한다. 그런데, 왜 나는 왠지 졸업생들의 애교심을 이용하여 캠퍼스 조성 비용을 어떻게든 줄여보려는 한진그룹의 "전략"으로만 생각되어 기분이 그다지 좋지 않다. 기금 조성한다고 어차피 후배들 등록금 깎아줄 것도 아니지 않는가!

이제까지 동창회비 한번 안 낸 주제에, 앞으로도 안낼 주제에, 그냥 무심히 재활용지 뭉치에 던져버리면 그만일 것을 애써 사진까지 찍어 이렇게 블로그에 올리며 누워서 침밷기하는 내 심보도 참 아니꼽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