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벽대전2: 최후의 결전

작년 7월 오우삼(존 우) 감독의 사각으로 그려진 적벽대전: 거대한 전쟁의 시작 은 반지의 제왕 1편을 보는 것처럼 후편의 감동을 위해 지루함을 감수하고 무엇인가를 감춰두는 전략을 사용했기 때문에 좋은 점수를 받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이번 적벽대전2: 최후의 결전은 1편의 우려와는 달리 관객들이 적벽대전이라는 역사적 사실에 무엇을 기대하는 지를 잘 알고 만들었다는 느낌이 든다. 물론, 관객들의 기대치에 부응하면서 감독의 색깔을 칠해 놓기는 했지만 말이다.

1편 마지막 활공하는 비둘기를 기억하는가! 2편은 이 비둘기의 활공부터 이어진다. 1편에 이어 2편도 역시 감독의 낙관을 여기 저기 새겨 놓기 시작한다. 그리고 상상속의 인물 손상향이 조조군 진영의 첩자로 들어가게 되고, 그 와중에 자그마한 로맨스의 요소를 위한 초석을 깔아 놓기도 한다. 이 초석이 나중에 어찌나 감동스럽던지...

적벽대전의 핵심은 역시 손권-유비 연합군이 절대우위에 있던 조조군을 화공으로 물리치는 해전이고, 이 화공을 위해 수많은 계략을 성공시키는 것이 바로 이야기의 주 흐름이 된다. 하지만, 이러한 흐름에서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삼국지연의를 감독이 그대로 따라하지는 않는데, 가장 노골적으로 감독의 의중을 드러내는 것이 바로 주유가 황개가 제안한 고육지계를 거절하는 장면이다. 고육지계을 자세히 알고 싶으신 분은 아래 링크를 참조 하시라.

살을 주고 뼈를 친다 - 고육지계(苦肉知計)

황개가 고육지계를 제안하자, 주유는 "장군을 그렇게 대접할 순 없소!"라고 말하며 거절을 한다. "삼국지연의를 존중하나 그대로 따라서 만들지는 않겠다!" 라고 말하는 오우삼의 뜻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러한 오우삼의 반-삼국지연의 사상은 결말에서 극명히 드러나게 되는데, 삼국지연의를 통해서 나타는 적벽대전에서 조조는 패한 후에 도주를 하는 중요한 길목마다 제갈량이 심어놓은 관우 등에게 고초를 겪다가 관우의 너그러움 때문에 살아 돌아가게 된다. 일각에서는 이 부분이 제갈량을 지나치가 높게 평가하기 위한 허구라고 이야기 하기도 하는데, 그래서인지 오우삼이 이를 피하기 위해 준비한 결말은 주유가 패배한 조조를 그냥 순순히 보내주는 것이다. 상당히 납득할 수 없는 결말이라 아마도 나에게는 이 적벽대전 2편에서 가장 만족스럽지 못한 장면이 아닐까 생각된다.

역사적 왜곡이라는 비판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손상향을 통해서 전쟁속 자그마한 로맨스로 크나큰 감독을 준 것은 꽤나 칭찬받을 만 하다. 양진영의 죽은 병사들 틈에서 잠깐이나마 조조군 한 병사에게 정을 준 손상향을 통해 오우삼은 이 전쟁의 승자는 없다라는 메시지를 소박한 로맨스와 함께 전달해 주고 싶었는 지도 모르겠다.

1,2편의 적벽대전에 대한 결론을 말하자면, 중국만이 만들 수 있는 CG를 지양한 거대한 스케일을 통해서 역사의 흐름을 바꿨던 극적인 사건을 잘 만들어 주었다라고 말하고 싶다. 장면과 장면의 부드러운 호홉을 보여주기에는 다소 부족했지만, 중국 영화는 정말 많이 발전했다라고 평가하고 싶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