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리 뿌르 옴므 익스트림( BVLGARI Pour Homme Extreme )

최근 나의 지출내역을 보면 카테고리에 엄청난 변화가 있는데, 큰 비중을 차지했던 PC부품, PC주변기기, 각종 디지털 기기 등이 사라지고, 의류, 가방, 화장품 등의 비중이 커졌다는 것이다. 급기야, 이제는 향수를 직접 구매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최근 지출 성향에 따라 간택된 나의 첫번째 향수는 불가리 뿌르 옴므 익스트림( BVLGARI Pour Homme Extreme )이다. 프랜치들은 푸흐 옴므라고 발음하던데 한국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뿌르 옴므라고 발음하므로 그냥 뿌르 옴므라고 쓰겠다.

대체적으로 은은한 향으로 향수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도 무난히 소화할 수 있다는 의견에 샤넬 에고이스트를 보류하고 이걸로 선택했다.

정품은 맞는 듯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으로 향수를 사면 가짜가 많다고 조언을 하였고, 그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향수는 시향을 해보고 사야 한다고 하였으나, 난 오프라인 매장 자릿세, 종업원 월급 등이 포함된 가격으로 살 생각이 전혀 없었고 시향을 해도 탑노트에만 의지하여 사고 싶은 생각도 없었기에, 그냥 평이 괜찮은 향수를 평이 괜찮은 온라인 업체에서 구입하기로 마음을 먹고, 며칠 전 택배가 도착하였에 가장 걱정인 것은 역시 정품 여부였다.

외관상의 문제는 인터넷에서 본 것과 다를 바가 없었고, 더욱이 중요한 향의 지속성에 대해서 실험을 한 결과, 출근전인 8시 50분에 뿌리고 나간 후 퇴근하고 돌아올 때도 옅은 향을 맡을 수 있었다. 정품은 확실했다. 가짜는 이런 지속성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적절히 여백의 미를 살려서 찍어 놓은 브랜드.

탑노트는 별로, 미들노트는 만족, 베이스 노트는 잘...

처음 향수를 뿌리고 나서 약 10분동안은 정말 비릿비릿한 귤냄새라는 표현을 할 수 밖에 없는 독한 느낌이 들었다. 물론, 이것 자체가 탑노트라고 할 수는 없었으나, 이후 한 10분정도는 이 향을 맡아야 하고 그 후에 향이 안정되어 졌다. 그 이후에도 탑노트에 대한 가장 강렬한 느낌은 감귤향이었다. 시트러스향이라고 씌여져 있으니 당연한 것이겠지만, 완전 감귤아저씨가 되어버린 느낌이었다.

미들노트는 정말 마음에 든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향이다. 설명에는 블랙페퍼와 구아작 나무의 향이라고 하는데, 내가 이것들의 향을 맡아 보지 않아서 뭐라 말할 수는 없고, 뭔가 처음 맡았던 향들이 코팅되어 절제된 느낌이 난다고 할까? 이 향 맡으려고 일부러 손목을 코 가까이에 데보는 이상한 버릇이 생겨 버렸다.

베이스 노트는 아주아주 미세하게 머스크향이 섞여 나온다. 개인적으로 머스크향을 안좋아하는 지라 남자 향수이면서도 머스크향이 별로 나지 않는다는 것이 이렇게 좋을 수가 없다. 선택의 가장 큰 이유도 무난하고 머스크향이 적다는 것이기에 당연한 결과이다. 그리고, 워낙에 지속성이 길기에 이 은은한 머스크향을 맡으려면 많은 인내심이 필요할 것 같다. 혹자는 자고 일어나서야 맡을 수 있다는 사람도 보이는데, 절대 거짓말이 아니다. 머스크향에 꽂히는 분들에게는 비추!

뚜껑에도 글씨를 새겨 놓았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