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림트전@한가람미술관

꽤나 오랜간만에 들른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이었다. 아마도 재작년에 오르셰전 이후에 처음인 듯하다. 깔끔하게 정리해 놓은 지하로비에 놀랐다.

클림트에 대하여 그다지 많은 공부를 하고 간 것은 아니었다. 나 역시 단지 키스로 유명한 아티스트라는 것 정도밖에 몰랐고 이번 전시회에 키스는 오지 않는다는 사실도 알았기 때문에 갈까말까를 망설이고 있었으나, 전시마감이 다가오니 왠지 이번에 못보면 영영 클림트 작품을 볼 수 없을 것이라는 절박감같은 것이 생겨서 마감 하루를 남겨둔 오늘 반차까지 써가며 관람을 하게 된 것이다. 앞으로 유럽 여행을 가더라도 오스트리아가 여행루트에 포함될 것이라는 보장이 없었기에 이러한 절박감은 더했다.

클림트의 작품들에 대한 개인적인 느낌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이렇게 말하고 싶다:
에로틱한 황금빛 곡선들의 향연!

그의 작품들 속에서 정말 많은 금빛 치장을 볼 수 있었다. 왜 사람들이 클림트 클림트 하는지 이제서야 알게 될 정도로 그림에 대한 느낌은 확실히 가슴속에 새겨 졌다. 꽤나 노골적으로 인간의 몸을 그린 수많은 그의 드로윙들도 인상깊었다. 원래 유화에 초점을 맞춰서 감상을 하고 드로윙은 그냥 지나치는 편인데 주제가 주제이다 보니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드로윙들이 많았다. 특히 이런 작품을 모아 놓은 섹션에는 "부모님의 보호가 필요한 공간입니다."와 비슷한 뉘앙스의 경고문구가 나와 있어 살짝 웃음을 주었다.

키스가 오지 않은 상황에서 가장 인기있는 작품은 역시 클림트의 작품 중 두번째(?)로 유명하다는 유디트였다. 사실, 난 이 인물이 남자인지 여자인지( 그만큼 무지했었다는 ) 궁금했는데, 당연히(?) 여자였다. 여자치곤 꽤나 선이 굵은 인상이여서 혹시나 남자일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작은 의심을 했었으나 역시 여자였다. 왜 이 작품이 이리 유명해졌는 지는 잘 모르겠다. 나에게는 보다 더 인상깊은 다른 작품들이 많았다.

오래간만에 메마른 영혼에게 물을 준 기분이다. 최근 꽤나 금전적으로만 매달려 가족들과의 트러블을 야기하기도 했는데, 역시, 나라는 인간은 문화적인 소비를 해줘야 그나마 정서적인 안정성이 확보되는 듯 하다.

줄을 서서 들어 가다니...

한국에서 미술관 관람시 줄을 서서 들어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오디오 가이드 빌려주는 가이드에게 물어보니 마감임박이라 그런 것이란다. 역시, 게으르면 개고생이다.

바로 기념품샵으로 연결

전시 출구가 바로 기념품 샵으로 연결된다. 끌리는 T셔츠가 하나 있었으나 참았다.

모조품을 배경으로

내부에서는 당연히 촬영이 금지되기 때문에, 나와서 모조품들을 배경으로 누군가에게 한 컷을 부탁했다.

입장료는 16,000원으로

오랜 공백기간 때문인지 입장료가 무려 16,000원이나 했다. 오디오가이드 대여료 3,000원을 합하면 거의 20,000원을 쓴 셈이다. 만약 데이트코스 중에 하나였다고 가정하면, 오디오 가이드를 함께 쓴다고 쳐도 35,000원이라는 금액이 든다.

아무리 비유럽지역에서 보기 힘든 클림트라 하더라도 좀 심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예술의 전당 지하를 꽤나 공들여 만들어 놓았던데, 이 공사비 뽑으려고 과하게 올린 것은 아닌지... 이런 식으로 나오면 예술을 사랑할 수가 없다. ㅠ.ㅠ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