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의 헌법 에세이 『후불제 민주주의』
유시민씨를 비롯한 대부분의 민주당쪽 사람들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내가 무슨 바람이 불어 갑자기 그가 쓴 책을 사게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아마도 단지 특이한 책이름이 끌렸던 것이 아닐까 싶다.
부제인 "헌법 에세이"에서 주로 헌법보다는 에세이에 초점을 맞춘 느낌이 든다. 헌법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뭔가 자기 경험이 묻어나 있는 이야기를 예로 들어 그런가보다. 딱딱한 법이야기가 자주 나오는 것은 아니니 읽는데 결코 무리는 없다.
유시민씨는 참 하고 싶은 말이 많은 사람이다. 그래서 그 하고 싶은 말들을 모두 이 책에 집어 넣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책이 한가지 통일성있는 이야기로 끌고 가는게 아니라 이 이야기 저 이야기 하느라 정신이 없다. 그 중에서 그가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 것이 해명이 아닐까 싶다. 민주당이 이러이러해서 실패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이러이러해서 실패했다, 유시민 자신이 이러이러해서 실패했다로 이어지는 변명내지 해명이 꽤나 많은 분량을 차지했길래, 그 해명이 이해할 만 하던, 그렇지 않던 좀 짜증이 나는 것은 사실이다.
위에서 언급한 이런 정치색으로 얼룩이 진 책이라고 해도 역시 유시민이라는 사람은 꽤나 똑똑한 사람이고 그 똑똑함 만큼이나 훌륭한 글쟁이기에 책에는 세련된 유머가 넘쳐나고 어디에선가 한 번 써먹어 봄직한 명언들도 자주 나타난다. 또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어디까지 왔는지에 대하여 그가 분명한 시각으로 직설하는 부분은 정말이지 공감이 갔다.
진중권씨가 항상 민주당, 그리고 유시민은 진보인척 하는 보수라고 놀리곤 하지만, 어찌 되었던 유시민씨는 진보를 지향하는 사람임에는 틀림이 없는 듯 보인다.
세상이 뒤숭숭한 순간에 읽어본 진보(?)의 시각은 보수인 나에게 꽤나 신선함으로 다가왔고, 그랬기에 정치인 유시민, 전직 보건 복지부장관 유시민은 마음에 들지 않지만, 글쟁이 유시민은 좀 좋아하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