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클립

일반적인 반지갑을 가지고 다니다가 각종 할인카드들의 무한정적 생성때문에 펜시 분위기의 카드지갑을 사서 가지고 다녔다. 그런데, 20장까지 가능한 이 카드지갑은 뚱뚱해져서 더이상 바지주머니에 넣고 다닐 수가 없게 되어 버리고, 매번 신용카드 한 장 달랑 제시하면 될 상황에도 가방을 열어 지갑을 찾아야 한다는 사실이 꽤나 불편하게 느껴졌다.

다시 반지갑으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최근 옷을 꽤나 슬림하게 입고 다니는 재미에 푹 빠져 있는 나로서는 바지주머니가 툭 튀어 나와 나의 핏을 망치게 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실, 핏을 망치는 것은 반지갑보다는 들어갈 줄 모르는 뱃살인데 말이다.

그러다가 회사에 인턴이 머니 클립이라는 것이 간지도 나고 좋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전에도 누가 머니클립을 가지고 다니는 것을 신기하게 여겼던 적이 있었던 나로서는 그래서 자주 사용하는 핵심 카드 몇 장을 머니클립에 넣어 바지속에 넣고, 나머지 빈도가 떨어지는 카드들을 카드지갑에 넣어 가방에 넣고 다니겠다는, 즉 사용빈도에 따른 이원화를 계획하게 된다.

그래서 이렇게 도착한 머니클립이 이 모양이다. 인터넷이지만 나름 좀 비싼 곳에서 골라서 비닐이 아닌 소가죽을 선택한 것인데, 소가죽으로 인하여 내구성은 올라 갔을 지 모르겠지만, 심미성에 있어서 그다지 좋은 점수를 주기는 힘들었다. 그 놈의 간지는 다 어디간 것인게야! 실밥도 좀 조악해 보이고 전체적으로 기분이 확 상했다.

반품을 하려고 했는데, 사은품으로 준 핑크색 여성용 애나멜 벨트를 동생에게 이미 주고 난 이후라, 요즘 사이도 별로 안좋은데 오빠 입장에서 그걸 도로 달라는 말이 차마 떨어지지 않아 그냥 쓰기로 하였다. 왠지 벨트를 사고 지갑을 사은품으로 받은 기분이 든다.

닫았을 때의 모습
더 투박해 보인다.
만원짜리를 클립으로 고정해본 모습
클립의 역할은 잘 해내고 있다. 그리고 돈으로 가리니 좀 나아 보인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