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그린 화가 르누아르전 @서울시립미술관

많은 한국인들이 인상주의 화풍을 좋아하긴 하지만 나는 유달리 좋아하는 편이다. 그림에 내포된 의미 보다는 겉으로 드러나는 심미적인 측면으로만 그림을 바라보는 나같은 사람들에게 인상주의 화풍은 심미적 만족을 주는 말그대로 그림같은 그림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풍경화보다는 인물화를 더 좋아하는 나의 취향탓에, 르누아르는 마네 다음으로 내가 좋아하는 화가이다.

르누아르의 그림이 한국에 왔다. 물론, 2007년 파리여행때 오르셰 미술관과 오랑주리 미술관을 쥐잡듣이 돌아다녔기에 르누아르의 왠만한 작품들은 다 한번씩 본 나이지만, 한국에서 다시금 그 다채로운 색감을 즐길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대가 되지 않을 수 없었다. 또한, 르누아르의 작품이 모두 오르셰와 오랑주리에 전시되고 있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르누아르가 남긴 작품수는 무려 5천여점에 달하고 그 중 적지 않은 수가 개인소장품이라 이런 전시회가 아니면 접하기 힘든 경우도 많다.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전시되는 이번 르누아르전은 최근 르누아르 전시회 중에서 최고의 규모를 자랑한다고 홍보를 하곤 하여 그 기대감은 더욱 커져만 갔다. 그리고, 그 홍보가 결코 거짓은 아니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역시 가장 눈이 즐거웠던 작품은 "피아노 치는 소녀들"이라는 작품이었다. 오르셰와 오랑주리에서도 가장 눈에 들어오는 작품이었고, 그래서 르누아르 작품 중에 어떤 걸 가장 좋아하냐고 물어보면 항상 "피아노 치는 소녀들"이라고 대답하곤 하였다. 이번에 온 작품은 오랑주리에 전시된 작품으로 구별하는 방법은 오르셰의 작품은 피아노 위에 꽃병이 놓여 있다. 도슨트의 설명에 의하면 당시에는 피아노가 부의 상징이라 이 그림은 좀 사는 집 귀족들의 자제분들을 그린 그림이라고 한다.

도슨트 설명 시간 중 하나인 오후 5시에 맞춰서 도슨트 설명을 듣기는 하였지만, 추가로 오디오 가이드를 대여하여 다시 설명을 들으며 감상을 하였다. 몇 년 전만 해도 오디오 가이드는 외국에나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한국에서 열리는 전시에서도 오디오 가이드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날 행복하게 만든다.

르누아르의 탈인상주의

사실, 르누아르의 그림 중 상당수는 인상주의 화풍을 버린 이후의 작품들이다. 따라서 내가 인상주의 화풍을 좋아해서 르누아르의 그림을 좋아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사실, 내가 르누아르를 좋아하는 것은 그가 구현하는 대채롭고 화려하며 따뜻하여 행복하기까지 한 특유의 색감이 더 큰 이유이다. 그리고 그의 스타일이 인상주의라는 틀에 갖혀있지 않다는 사실을 다시금 상기하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역시 빼먹지 않는 내 사진

시립미술관 가면 늘 하는 로비 대형 사진 배경으로 사진찍기. 위 사진의 여자분이 찍어 주셨다.

시립미술관 올라오는 길

덕수궁 돌담길쪽에서 서울시립미술관 올라오는 길은 우아한 커브를 그리며 올라오는 구조로 되어 있어, 미술관 건물이 서서히 시야에 들어오기 때문에 전시에 대한 기대감 역시 서서히 증폭시키는 느낌이다.

특히나 시청 주변이 시끄러웠던 오늘은 덕수궁앞에 깔려 있던 전경들과 전경들의 포위 속에 갖혀 있던 정치적 외침들이 이 우아한 커브와 함께 서서히 사라지면서 머릿속을 전시회 생각으로 채울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까지 하였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