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

한국에서 재난영화가 개봉된다는 사실에 나는 그 흥행성에 의문을 가졌던 것이 사실이고 과연 적절한 컴퓨터 그래픽을 선보일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회의적인 입장도 가졌던 것 역시 사실이다. 적어도 흥행성에 대한 의문은 잘 해결된 것 같다.

헐리우드에서 만든 재난영화하면 떠오르는 것은 최근에는 투모로우( The Day After Tomorrow )가 있겠고, 예전에 아마겟돈이라는 영화도 있었다. 하지만, 내가 가장 인상이 깊었던 영화는 아마겟돈 보다도 약간 전에 개봉했던 딥 임펙트라는 영화였다. 아마도, 해운대라는 영화에서 관객이 얻을 수 있는 감동은 블록버스터들이 보여주는 호쾌한 스케일이라기 보다는 딥임펙트와 가깝지 않을까 생각된다.

재난영화가 흥행을 위해 반드시 갖추어야 하는 것은 거대한 스케일이다. 특히나, 이름에 걸맞는 엄청난 해일이 사실적으로 표현되어야 했기에 실사와 적절히 어울어지는 컴퓨터그래픽은 사실상 필수였다. 하지만, 해운대는 재난영화의 흥행요소가 컴퓨터그래픽만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 주었다.

해운대라는 영화에 좋은 점수를 준 사람들은 역시 CG가 아니라 오밀조밀하게 모여 사는 사람들이 겪을 수 밖에 없는 개인사의 갈등들이 거대한 쓰나미라는 위기를 통하여 해소된다는 드라마적 요소에 감동을 받았을 것이다. 반면, 전반적으로 매끄럽게 흘러가는 맛은 없다. 각 소재들이 쓰나미라는 하나의 큰 위기에 연결되어 있을 뿐, 소재들끼리의 연관성은 떨어진다. 이것이 감독의 의도였는 지는 모르겠지만, 관객들은 왠지 이 사람들이 언젠간은 보이지 않았던 인연의 끈을 드러낼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지 않았을까?

잘만들지 않았지만 감동적이었다라는 결론을 내고 싶다.

영화 외적인 이야기지만, 난 부산 해운대의 광대하게 펼쳐진 마천루에 놀랐다. 꽤나 어렷을 때 부산에서 살았던 기억도 있지만, 영화에서 보여주는 외적 발전상은 거의 충격에 가까웠다. 과연 사람들은 영화를 통해 부산의 발전상을 보고 부산에 집을 사고 싶어할까, 아니면 쓰나미가 올 가능성 때문에 집값이 떨어질까?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