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위적 하객 모으기

날씨가 조금씩 서늘해 지고 있다. 곧 결혼시즌이 다시 돌아온다는 뜻이기도 하다. 벌써부터 여기저기 모임에 나타나 하객모으기에 열을 올리는 사람들이 쉽게 눈에 띤다. 그냥 그러려니하면 되는데 난 이런 게 왜 이리 아니꼽게 보이는 지 모르겠다. 나도 결혼할 때 쯤 되면 저럴 거면서...

한 3~4년 연락 뚝 끊어졌다가 갑자기 동성 친구에게 연락이 와서 적극적으로 만나자고 할 때는 다음 두 가지 중 하나일 가능성이 90%다.

  1. 보험 가입을 권유

  2. 청첩장

특히 두 번째 경우를 가장 많이 경험했고 참 기분이 꿀꿀하다. 갑자기 연락해서 어찌나 친한 척을 하는지... 내가 좀 삐뚫어 졌는지 모르지만, 그래서 이제는 오랫동안 연락 없던 녀석들에게 연락이 오면 반가운 마음보다는 경계심이 앞선다.

가장 힘든 것은 상대가 청첩장을 돌릴 것이라는 것을 전혀 예상하지 못하고 단지 인간적 유대감 강화라는 목적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예상을 하고 있는데 청찹장을 받았을 경우이다. 이건 거의 배신감같은 것을 느낄 정도이다. 요즘은 하도 많이 당해서 오랫동안 연락 안했던 녀석에게 연락이 오면 우선 각오를 하고 만나니 배신감이나 속았다는 느낌을 받는 경우는 드물다. 이걸 좋아해야 하는 것인지...

아무래도 한국의 변질된 결혼 문화가 이런 인위적인 하객모으기 관행을 만들어 낸 것일게다. 그러니, 누구 탓 할 것도 없다! 워낙에 체면을 중시하는 나라 아니던가! 여러 번 5만원짜리 하객이 되다보면 이런 것도 익숙해 질게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