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측보행

어제부터 지하철역에 우측보행이라는 낯설은 안내표시가 여기 저기 붙어 있는 것을 보았다. 초등학교 때부터 좌측통행이라는 말은 참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 봤어도 우측보행이라는 그 두 단어의 콤비네이션이 꽤나 생소하지 않은가! 우측통행도 아니고 우측보행이라니... 보행이라는 말은 직립보행이라는 말에만 붙는 줄 알았다.

우연히 좀 자세히 안내된 내용을 보니 원래 우리 나라는 우측통행을 하고 있었는데, 일제강점기부터 강제적으로 좌측통행으로 바뀌었다가 미국에 의해서 차선은 우측으로 바뀌고 사람은 계속 좌측통행을 했단다. 그런데, 이제는 그 것을 80년만에 바꾸고자 하니 일시적인 불편함은 있더라도 바꿔보자라는 캠페인이다.

인간이 본능적으로 우측으로 걷게 되었으나 우리가 습관적으로 좌측으로 걷고 있으니 본능을 거스르지 않는 우측통행이 더 옳은 방법이다라는 취지는 그다지 반대하지 않으나, 설명한데로 80년이나 그렇게 살아 왔던 것을 굳이 바꿀 필요가 있는 지는 모르겠다. 일제의 잔재라 그냥 기분이 나쁜 것인가?

뭐 걷는거야 그냥 내키는데로 걸으면 상관이 없는데, 지하철 에스컬레이터 방향이 모두 바뀌어서 실수할 뻔한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습관대로 왼쪽으로 에스컬레이터를 타려고 발을 딛으려는 찰라, 방향이 거꾸로다.

한달이면 적응하려나?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