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이 샤이니 앨범을 사들고 왔다, 싸웠다

어제밤 느즈막히 학원을 마치고 돌아온 동생이 느닷없이 샤이니의 새 미니앨범을 사가지고 왔으니 MP3로 만들어 달란다. 귀찮다며 일요일날 해주겠다고 하니 이 노래 듣고 싶어서 얼마나 빨리 달려온 지 아냐며 일요일까지 가다리는 것이 말이 되냐고 화를 낸다. 뭐랄까 내 입장에서는 좀 당황스럽다. 자기가 좋아하면 내가 당연히 신속하게 MP3를 만들어 줘야 하는 의무라도 있다는 것인지... 방법 알려주며 직접하라니 이건 또 피곤하다고 해달라네... 그럼 어차피 MP3니 그냥 다운로드 받아서 들으라고 했더니 날 죽여버릴 기세라 깨갱하고 컨버팅을 시작하는 나...

생각해보면 좀 어이가 없었다. 우리집에는 더이상 마땅한 CD플레이어가 없다. 대부분의 음악은 (합법적인 형태는 아니지만) MP3파일로 만들어 사용하니 PC안에 MP3파일을 재생하거나 따로 휴대용 MP3플레이어로 듣는 것이 일반적인 일이고 아마도 다른 사람들에게도 이것이 보편적이고 자연스러운 형태일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다. 그런데 내 동생은 CD로된 앨범을 사들고 왔다. CD플레이어가 없어도 CD를 사오는... 이것이 팬心인가 보다.

앨범판매는 더이상 가수들의 주요 수입원이 아니다. 90년대 후반이나 2000년도 후반에는 가요프로그램 1,2위를 하던 사람들은 당연히 앨범 판매량에서 밀리언 셀링을 하는 것이 보편적인 현상이었다는 것을 떠올려 보면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가수나 그룹이 20만장 팔기도 힘든 상황인 지금은 말그대로 다른 세상인 것이다.

물론, 엔터테인먼트 업체들이 CD가 아닌 다른 매체로 음악을 출시하는 시도를 안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SM엔터테인먼트의 신인그룹 Fx는 디지털 음원으로 활동을 시작하기도 했다. 하지만, 팬들은 뭔가 좀 더 소장가치가 있는 매체를 추구하는 듯 하다. 그렇다면 좀 더 다양한 매체를 통해서 이러한 팬들의 마음을 만족시킬 수는 없을까? 예를 들어서 샤이니가 앨범을 출시한다면 CD만이 아니라 샤이니 사진이 담긴 USB 메모리같은 것을 사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것이 지나치게 급진적이거나 비용측면에서 불리하다면 CD를 하이브리드 형태로 만들어 CD트랙과 함께 MP3파일도 담아서 제공하는 방법도 괜찮을 것이다.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은 더 이상 CD플레어어가 없어도 CD로된 앨범을 사야 하는 팬들의 아이러니를 그대로 방치해서는 안되며, 그로 인하여 발생하는 가족들의 고통을 방치해서도 안된다. -.-;;

아, 컨버팅 다 되었다. 설마 Tag 안달았다고 나에게 화내지는 않겠지. @.@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