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록홈즈

난 추리소설을 그다지 싫어하는 편이 아닌데, 이상하게 잘 안읽게 되는 묘한 성향이 있다. 그래서, 제대로 읽은 추리소설이라고 딱히 대답할 수 있는 책이 없다. 이러한 나도 셜록홈즈 정도는 안다. 그만큼 셜록홈즈 시리즈의 명성만큼이나 여러 번 영화화된 경험이 있는 소설이고, 이번 2009년 가이 리치 감독의 셜록홈즈도 그 연장선을 그리고 있다.

19세기 후반 런던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베이커가부터 시작되는 영화의 여러 장면이 돗자리를 잘 깔아 주고, 우월한 과학을 마법인채하여 영국을, 아니 세계를 지배하려는 음모를 꾸는 집단에 대한 야욕도 잘 묘사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작 영화를 보면서 감동을 받았다거나 스릴이 넘쳐 마음 졸이고 봤다는 관객은 없는 듯하다. 재미있기는 한데 정말 감동적이지는 않은 그런 느낌이다. 조금 더 강하게 말하자면, "밋밋하다"는 느낌이다.

왜 셜록홈즈는 밋밋했을까!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겠으나, 내가 추측한 이유는 아마도 이런 것이 아닐까 싶다. 셜록홈즈가 너무나 전지전능하기 때문이다. 어떤 어려운 사건이 발생한다 하더라도, 심지어 죽었던 사람이 깨어나는 일이 발생하더라도 우리의 생각은 그저 셜록홈즈가 나서면 다 해결될 것이라는 믿음에 다가가 있다.

실제로 영화에서 셜록홈즈는 명석한 두뇌와 정확한 관찰력을 통하여 사건을 알아서 잘 풀어나가고 있으며, 싸움도 머리로 한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려는 듯, 마음만 먹으면 싸움마저 잘한다. 문무를 겸비한 그를 우리는 마냥 믿음직스러운 눈길로 지켜 보기만 하면 사건이 해결되는 것이다. 그의 동료인 왓슨마저 그저 심심해서 데리고 다니는 사람처럼 느껴지게 만든다. 즉, 관객의 감정이 끼어들 틈조차 주지 않을 만큼 셜록홈즈는 완벽했다. 유일한 약점라고 설정해 놓은 여자( 아니, 아이린 )에게 당하는 점마저 그를 완벽하게 만들어 놓는다.

영화의 마지막에서 후속편에 대한 여운을 남겨 놓았던데, 제발, 후속편에는 완벽한 셜록홈즈에게 관객이 동정을 느낄 수 있을 만큼 강한 상대가 나왔으면 좋겠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