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성미자, 뉴트리노(neutrino)부터 시작된 호기심

영화 2012에서 보면 뉴트리노(neutrino)라는 개념이 나온다. 우리말로는 중성미자라는 뜻인데, 영화를 볼 때는 딱히 이것이 뭔지 신경쓰지 않았다. 단지, 그냥 지구를 멸망하게 만들만큼 강한 것이다라고만 이해했었다. 그런데, 몇 주전, Post PhD 과정의 핵물리학 박사이신 아는 분이 도대체 왜 별로 연관성도 없어 보이는 neutrino라는 입자를 영화에 등장시켰는지 의아하다는 말씀을 하셔서, 우연하게 궁금증이 생겨 버렸다.

이전까지 나의 핵물리학 지식은 그냥 원자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물론, 이온 상태나 전자에 대해서는 약간의 지식이 있었으나, 고등학교 물리과정에서 핵에 대한 정확한 내용은 배우지 않을 뿐더러 수능시험범위에서 벗어나기 때문에 제대로 신경을 못썼고, 화학에서는 그나마 어렴풋이 배운 것 같았는데, 잘 기억이 안난다. 아마도 그냥 배경지식 차원에서 설명해 줬을 뿐, 화학시간에 핵물리에 대해서 시험에 나오지는 않았던 것 같다. 대학에 가서도 교양필수과정이라 물리학과 화학을 배우긴 했지만, 역시, 원자의 구조에 대해서 배운 기억은 없다.

이렇게 해서, 무한히 계속되는 나의 검색이 시작되었다. 중성미자를 검색해 보았지만 설명한다고 알 턱이 있나! 그래서, 이것저것 뭔가 원점이 필요하다고 느끼며 우연히 주기율표를 치면서 호기심이 호기심을 만들기 시작하였다.

주기율표(Periodic Table)부터 시작

이렇게 해서 처음 알게 된 지식은 주기율표의 원자번호가 실은 양성자(Proton)의 갯수라는 사실이었다. 아마도 정확히 말하면 이것은 머릿속에 있었던 기억을 되살렸다고 해야 맞을 것이다. 잘은 모르겠지만, 양성자라는 개념은 수소에 있는 양성자나 헬륨에 있는 양성자나 똑같은 것이고 양성자의 갯수에 따라 그 성질이 달라지는 것으로 보인다.

여러 원소들을 살펴 보면서 몇 가지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그 중 하나는 나트륨을 영어로는 Sodium이라고 한다는 것이었다.

동위원소(Isotope Series)의 이해

동위원소에 대해서도 배경지식이 없었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분명히 배웠던 것들이었다. 그러나, 학교라는 테두리를 벗어나고 전공으로 컴퓨터공학을 선택하게 되면서, 삶에 있어서 필요한 지식은 아니었기에 머릿속 깊숙한 어딘가에 봉인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 봉인을 어제 새벽에 풀어 주었다.

Proton의 갯수가 같으면서 중성자(Neutron)의 갯수가 다른 것들의 집합을 동위원소라고 한다는 것을 알았다. 대부분의 원소들은 Isotope series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수소는 Neutron없이 Proton 하나만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중수소 이야기는 나중에).

방사성 동위원소(Radioisotope)와 붕괴(decay)

자연적으로 다음에 알게된 것은 방사성 동위원소(Radioisotope)이었다. 특정한 원소들은 불안정한 상태에 있고 이 불안정한 상태에서 안정한 상태로 되려고 하는 경향을 가지는데, 이러한 과정을 붕괴(decay)라고 한단다.

물론, 방사성 동위원소또한 배경지식이 있었고, 이들의 반감기를 가지고 오래된 유물들의 연대를 측정할 수 있다는 사실까지 알고 있었다. 이건 지구과학시간이나 역사 시간에도 언뜻 배운 것 같다. 진짜, 대한민국의 고등학생들은 엄청난 지식을 머릿속에 집어 넣고 있구나.

이런 류의 원소로는 우라늄을 들 수 있겠다. 그리고, 주기율표에 있는 원소들 중 일부는 극히 짧은 생존시간을 가지며 이 생존시간이 지나면 다른 원소로 변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많은 수의 원소들이 인공적으로 만들어 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드디어 중성미자 Neutrino의 개념에 도달할 시간이다. 바로 Decay에 대한 호기심을 해결함으로써 함께 해결된다. 적지 않은 종류의 Decay 과정이 있지만, 주로 Alpha Decay와 Beta Decay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Alpha Decay는 두개의 Neutron와 역시 두개의 Proton이 떨어져 나가면서 에너지를 방출하는 것을 말한다. Proton의 갯수가 바뀐다는 의미는 다른 원소가 된다는 것을 뜻한다. 반면에, Beta Decay는 Neutron이 Proton으로 바뀌거나 Proton이 neutron으로 바뀌는 과정으로, 역시 Proton의 갯수가 바뀌게 되니 물질의 성질이 바뀌게 된다. 그런데 바로 이때 바뀌는 과정, 즉, Neutron이 Proton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양전자(Positron)과 Neutrino라고 하는 입자가 에너지화 되면서 튀어 나오게 된다. 반대과정에서는 전자(electron)과 반중성미자(anti-neutrino)가 튀어 나오게 된다.

참고로 Double Beta Decay라는 것도 있단다. 한번에 두 개의 Positorn와 Neutrino가 튀어 나온단다. 또한, Neutrinoless double-beta dcay라는 것도 있단다. Double Beta Dcay인데 두 개의 neutron끼리 Neutriono를 주고 받아서 튀어나오는 neutrino가 없단다.

이걸 이해하고 나서 내 자신이 대견스러워 지기 시작했다. @.@

연금술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다

연금술사들의 꿈은 저렴한 금속으로 금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었던가! 그들은 실패했다. 하지만, 현대 물리학에서 연금술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양성자의 갯수에 의해 물질의 성질이 달라지고, 이 성질에 따라 우리는 이들에게 이름을 붙여 원자라고 불리운다. 따라서, 양성자의 갯수를 바꿔서 금을 만들 수 있다는 뜻이다.

바로 입자가속기를 이용하여 특정 원소에 양성자가 있는 물질을 쏴주어 충돌시킴으로써 양성자의 갯수를 바꿀 수 있는데, 주로 중수소(Heavy Hidrogen)을 사용한다고 한다. 즉, 원자번호 78번인 백금에 중수소 하나를 쏴주면 원자번호 79번 금이 되는 것이다. 원자번호 29번인 구리에다가 이짓을 50번하면 금이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왜 물리학 전공인 영석이가 포항으로 출장을 갔었는지 이제야 이해를 하게 되었다. 서울에서는 못하고 포항에서는 할 수 있는 일이 있었던 것이다.

연금술사들은 기껏 해봤자 분자수준에서 변화를 일으키는 것에 그쳤기 때문에 실패했고, 물리학자들은 원자의 구조를 알고 있고, 그 성질을 바꿀 줄 알기 때문에 금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런데, 왜 금으로 안바꿀까? 그것은 경제적인 이유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가속시킬 중수소가 쉽게 생산되는 것이 아닌데, 사용처는 많아서 금보다 비싸단다. 그리고 입자가속기 자체도 매우매우매우 비싼 장비이다. 그리고, 더 웃긴 건, 금보다 백금이 더 비싸다는 것이다. 백금에 대고 중수소 쏴서 금을 만들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또 이런 식으로 만들어 봤자 극히 소량이다. 입자가속기는 이딴 짓 하라고 만든게 아니다.

그런데, 양성자 갯수를 인위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없단다. 즉, 백금으로 금을 만들 수는 있어도 원자번호 80번인 수은에서 양성자 하나를 떼어내 인위적으로 금을 만들 방법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핵융합을 이해하다

결국 호기심은 여기까지 왔다. 양성자의 수를 바꿔서 물질의 성질을 바꾼다는 개념을 이해하니 핵융합은 오히려 이해하기가 매우 쉬웠다. 여기에다가 성질을 바꾸기 위해서는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하지만, 성질이 바뀔 때 방출되는 에너지는 더 엄청나다는 사실만 알면 되기 때문이다.

가벼운 물질일 수록 보다쉽게 핵융합이 일어나는데, 핵융합이 일어나려면 충분한 온도와 충분한 압력이 필요하단다. 이 조건이 충족되면 물질이 제4의 상태라고 불리우는 플라즈마 상태가 되는데, 이러면 전자들이 지 맘대로 돌아다니며 핵융합의 가장 큰 걸림돌인 전기력이 사라지게 되어 핵력에 의하여 핵융합이 일어나게 된다.

태양에서 무수히 핵융합이 일어나는 과정은 이중수소와 삼중수소가 융합하는 과정에서 중성자 세 개를 가진 헬륨이 되고, 이 헬륨에서 중성자 하나가 튀어나가 중성자 두 개인 헬륨이 된다. 이 과정에서 엄청난 에너지가 나오게 된다. 수소폭탄도 이런 식으로 만들어 지게 된다.

만일 인류가 통제가능한 핵융합의 연속과정을 이룩해 낸다면 궁국의 에너지가 생기게 되는 것이다. 또 다른 태양을 갖는 것과 같다.

물론, 핵분열도 이해할 수 있었다. 방사성원소들의 decay과정에서 나오는 에너지를 사용하려는 것이 핵발전소라는 것도 이해했다.

호기심은 여전하나...

호기심은 여전하지만, 소립자가 이들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더 이상은 무리라는 생각이 들었고, 게다가 잠잘 시간이 한참이나 늦어 버렸기에 여기에서 멈추기로 하였다.

다음에는 다른 접착제 역할을 하는 몇 가지 소립자들을 공부해 보려고 한다.

가장 근원적인 것을 연구한다는 측면에서 핵물리학은 정말 매력적인 것 같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