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도요타만 문제일까?

911과 전화연결된 상태에서 브레이크 결함으로 한 가족이 몰살되었던 사건이 계기가 된 도요타의 대규모 리콜사태가 전세계를 뒤흔들고 있다. 24시간 미국-유럽-일본/중국을 넘나들며 전세계 경제뉴스를 다루는 블룸버그TV를 보다보면 정말 24시간 내내 도요타 이야기가 나올 정도이다. 그만큼 자동차업계에서 도요타의 영향력은 전지구적인 수준이다. 미국에서 시작된 리콜사태는 유럽에도 번지고 있고, 일본 국내생산차에 대해서도 역시 리콜을 고려하고 있는 중이다.

도요타가 이번사태로 잃은 것은 다양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큰 것은 역시 브랜드 신뢰도 하락이 아닐까 한다. 이번 리콜사태 전까지 도요타를 필두로한 일본차들은 안정성에 있어서 사실상 최고수준의 신뢰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도요타의 안전성 신화는 순식간에 무너지고 말았다. 가장 큰 원인이 도요타가 이 결함을 알고도 모른 척 했음은 물론 은폐하려 했다는 사실이다.

많은 언론들은 이번 도요타의 위기가 다른 경쟁업체들에게 호재로 작용할 것이고, 특히나 현대기아차가 그 과실의 가장 큰 수혜자가 될 것이라는 기사도 나오고 있다. 또한, 국내 언론에만 노출되어 있는 사람들은 도요타가 망할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할 정도로 국내언론의 공격은 거세다. 그동안 현대기아차와 그다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으로 보이지 않던 언론들의 성향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그래서, 나도 예전에 매도했던 현대모비스 주식을 다시 매수할까를 고려했다.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 본 후 포기하고 말았다.

우선, 현대모비스 주식 매수를 단념한 가장 큰 이유는 세계 거시경제가 그다지 좋지 않기에 2010년도 이익전망치도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고, 또 수급측면에서도 결코 긍정적일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도요타 문제와는 별개이기에 이 정도로 줄이고, 두번째 이유는 이것이 도요타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일차원적인 접근으로, 도요타의 브랜드가치가 떨어지고, 그만큼 도요타의 점유율도 하락할 것임으로 경쟁차들이 도요타의 점유율을 자연스럽게 나눠가질 경우, 다른 차들의 매출은 확대될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이 사태가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에게는 상당히 강한 모멘텀으로 작용할 것임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실제로 그리스로부터 촉발된 전세계적인 거시경제 악화로 인한 전체 주식시장 하락세에도 불구하고 현대차 삼인방의 주가는 상대적으로 덜 떨어졌다. 도요타 모멘텀이 작용한 것이다. 그렇지만, 조금 더 장기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때, 한 가지 찝찝한 점이 있다. 과연, 다른 차들은 안전한가?

문제가 된 브레이크는 전자제어식 브레이크이다. 즉,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으면 그 물리적인 힘으로 제동이 걸리는 것이 아니라.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았을 때의 강도를 센서가 측정하여 그 값을 물리적인 제동장치에 전달해 주는 방식인 것이다.

그런데, 도요타의 브레이크 결함은 도요타의 독보적인 기술이라고 볼 수는 없다. 최근 개발된 대부분의 차들이 보다 많은 전자식 제어 방식을 채용하고 있는 추세이고, 실제로 많은 차들이 전자식 브레이크를 장착한 상태이다. 그렇다면, 과연 이번 문제가 도요타 차종들에게서만 발생할 수 있는 문제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국내에도 인정받지 못한 많은 급발진 사례가 있다는 것을 감안할 때, 도요타사태는 다른 브랜드 차종으로도 옮겨 붙을 수 있는 여지가 다분하며, 이를 막기 위해서 경쟁차들이 노력을 하는 만큼, 안전을 위해 도입되는 비용이 증가할 것이며, 궁극적으로 이것은 자동차 산업의 전반적인 영업이익률 하락을 의미한다. 독점적 시장이 아닌 경우, 이러한 비용증가를 그대로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 있는 방법은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현대기아차 그룹에 대한 투자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먼저 이런 가정을 해볼 필요가 있다. 만약 내가 캠리를 사려고 했다가 이번 리콜 사태가 발생한다면, 과연 난 캠리대신 YF소나타를 선택할 것인가! 도요타의 안정성을 신뢰할 수 없어 현대차를 선택한다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가!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