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젠테이션을 하다

토요일 스터디에 처음 갔던 날, 신입이 프레젠테이션을 한다는 어이없는 전통-지금은 나도 충실히 따르고 있는-을 빙자하여 얼떨결에 하게 된 프레젠테이션 이후로 거의 2년만에 다시 프레젠테이션을 하게 되었다. 프레젠테이션이라고 할 것 까지도 없고, 그냥 토론했던 것 요약해서 한 1분정도 이야기하는 수준인데, 나는 워낙에 소심한 성격인지라 이런 것 마저도 강력하게 마다하여 왔었는데, 오늘은 그게 잘 안됐다.

우리 테이블에서 PT멤버를 정하게 되어 있었는데, 평소때는 늘 아무도 안하면 자기가 하던 Daniel 내가 한번도 PT하는 걸 못 봤다면서 기어코 시키려고 하는 것이다. 같은 테이블의 여자애들 두 명도 혹시나 자기에게 화살이 날아 올까봐 여기에 동조를 했다. 뭐 이렇게 어쩔 수 없이 하게 된 것이다.

주제가 평소 아무 관심도 가지지 않았던 Adoption에 대한 것이지만, 수요일 멤버들도 대부분 아는 사람들이고 다들 PT 못한다고 구박할 사람들도 아니고 해서, 그냥 나도 별 일 없겠지하고 시작했는데, 막상 나가니까 왜 이렇게 떨리는지... 게다가, 안하던 녀석이 PT를 하겠다니 다들 어디 얼마나 잘하나 보자라는 듯한 분위기로 느껴졌다. 물론, 덜덜 떨던 내 생각이 그랬다는 것이고, 대부분 빨리 끝나고 집에 가자라는 생각이었겠지만...

다행히 몇 가지 키워드를 적어놓아서 망정이지 하나도 기억이 안날 뻔했다. 떨리니 발음도 잘 안되고, 일부러 떨리지 않는 척 하며 멋쩍은 웃음만 가득한, 뭐 그런 상황이었다. 게다가 끝날 무렵에는 갑자기 전화벨까지 울려서( 오는 길에 막걸리 두 병 사오라는 아버지의 전화 ), 아마도 얼굴이 빨개졌던 것 같다. 다시한번 나의 소심함을 확인할 수 있는 날이었다.

그나저나, Daniel 이 녀석, 같은 테이블 될 때마다 날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얏!! ㅎㅎㅎ;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