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카인드

난 신을 믿지는 않지만, 외계인의 존재는 믿는다. 여기서 "믿는다"라는 의미는 확률적으로 존재할 수 있다라는 가능성에 대한 추측을 말하는 것이지, 결코 확신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하지만, 미약하게 나마 외계인의 존재 가능성을 믿는 나같은 사람이 이 영화 포스카인드를 보았을 경우 꽤나 섬뜩한 공포를 느낄 지도 모른다.

영화 제목인 포스카인드라는 말은 4th Kind를 그대로 한글로 적어 놓은 것이다. UFO 학자 앨런 하이넥(J. Allen Hynek)은 외계인과 접촉을 네 가지 카테고리로 분류했는데, 1st-kind는 단순 UFO 목격, 2nd-kind는 UFO의 흔적을 찾은 경우, 3rd-kind는 외계인을 직접 만난 경우, 그리고 문제의 4th-kind가 바로 외계인에게 납치된 경우를 말한다. 보통은 납치는 생체실험을 수반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 4th-kind를 두려워 한다. 4th-kind에 속하는 경험을 한 사람들을 조사해본 결과는 대부분 여러 가지 후유증에 시달린다고 한다.

영화의 배경은 알라스카의 놈이라는 도시이다. 심리학자인 애비게일 타일러의 조사결과, 이 도시의 많은 사람들이 문제의 4th-Kind를 경험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 4th-kind에 대한 경험은 평소때는 그냥 찜찜한 기억정도로만 생각나는데, 최면이 걸린 상태에서 그 기억이 되살아나고 체면상태에 빠진 사람들은 극도의 공포감에 사로잡히게 된다. 최면이 저렇게 쉽게 걸리나 하는 갸우뚱함에도 불구하고, 실제 장면이라며 함께 보여주는 그들의 공포에 사로잡힌 모습들은 관객마저 외계인에게 4t-kind를 당할 것이라는 망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하다. 특히나, 신내림을 받은 무당과 같이 외계인이 빙의된 듯한 모습을 담아 놓은 화질이 안좋은 실제 영상 비디오 테잎을 보고 있노라면 온몸에 소름이 쫘악하고 돋아날 정도였다. 그리고, 이런 빙의이후에 그들은 척추가 다 마비되어 불구의 몸이 되어 버린다. "이래도 안믿을래!" 하며 직격탄을 날리는 것 같다. 영화 엑소시스트에서 악마가 씌인 소녀의 180도 얼굴 돌리기도 아무 감정적 동요없이 봤던 나인데, 이 영상은 정말로 소름끼친다.

겁이 많아서 공포물은 잘 안보는데, 밀라 요보비치가 출연한다고 해서, 레지던트 이블이나 제5원소 수준의 공포(?)라고 생각하고 준비도 안하고 보았다가, 이 정도로 몰아가니 참으로 섬뜩하기 짝이 없다. 며칠 동안 잠자기는 글렀다. 자는 동안 외계인이 날 데려가서 생체실험할 것 같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