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창녀를 아시나요?

정말 빠르게 변하는 세상이다. 빠르게 변하는 만큼 새로운 단어도 수없이 생겨났다 사리지곤 한다.

별창녀라는 새로운 단어를 알게 되었다. 대상자에 대한 노골적인 비난을 심고 있는 단어에 왜 "별"이라는 접두어가 붙여져서 새로운 단어가 생겨났는지 궁금해서 인터넷을 찾아보고 나서야 "별"이라는 접두어가 의미하는 바를 이해하게 되었다.

"별"의 의미하는 바를 알기 위해서는 아프리카TV라는 인터넷 서비스를 먼저 알 필요가 있다. 아프리카TV의 주된 목적은 개인이 인터넷 스트리밍 기술을 통하여 방송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인데, 이런 개인 방송을 하고 싶은 사람과 방송을 보고 싶은 사람을 연결시켜 주는 것이 가장 주요한 역할이라고 할 수 있겠다. 처음 아프리카TV를 시청한 것은 해외축구 중계 때문이었는데, 방송사에서 저작권 보호 요청을 한 이후로 아프리카TV의 축구중계 열풍은 다소 사그러 졌고, 그 후 아프리카TV는 미국산 쇠고기로 시작된 반정부 시위에 적극적으로 존재감을 알리며 인기있는 서비스가 되어 갔다.

"별"이란 바로 아프리카TV에서 사용되는 현금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방송을 하는 BJ(아마도 방송자키의 약자)에게 방송을 잘 보았다는 의미로 시정차들이 별을 보내주면 BJ는 이것을 모아 현금으로 바꿀 수 있다. 일반적으로 처음 가입하면 별이 지급되기 때문에 특별히 돈을 지불할 일은 생기지 않는다. 그러나, 인기있는 BJ에 따라서는 일정양 이상의 별을 제공하지 않는 시청자는 자신의 방송방에서 쫓아내는 상황이 발생하게 되고, 시청자는 점점 더 많은 별이 필요해져 결국에는 현금으로 별을 사야 하는 상황으로 변해 갔다. 즉, 인터넷 개인방송이 아마추어의 영역에서 프로의 영역으로 발전하게 된 것이다. 물론, 여전히 많은 BJ들이 아마추어로서 활동하고 있다.

방송사에서 하는 축구중계를 재전송하는 BJ도 있고, 자신의 게임플레이 영상을 보여주는 BJ, 위에서 언급한 저널리즘을 추구하는 BJ 등 다양한 영역에서 그들이 활약하고 있는 동안, 이쁘고 깜찍하며 끼있는 BJ언니들이 남자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게 되고, 그들은 아프리카TV에서 스타로 군림하게 된다. 그리고, 이 언니들의 팬을 자처하는 남성 시청자들은 경쟁적으로 더 많은 "별"을 이 언니들에게 바치기 시작하는 현상이 벌어지게 된 것이다.

방송을 직접 본 적은 없으나, 떠돌고 있는 그녀들의 사진을 보곤 깜짝 놀라고 말았다. 너무 이뻐서... 그리고, 그들의 수입을 보고 또 한 번 놀랐다. 너무 막대해서... 별창녀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낸 것으로 알려진 DC인사이드의 코겔러( 코미디 겔러리 사용자 )들의 주장에 따르면, 잘나가는 BJ언니들의 누적 수익은 3억원에 육박한다고 한다. 믿을 수가 없었으나, 그들의 증거가 꽤나 설득력 있고 명백해 보여 제시한 수익금이 아주 엉터리인 것은 아닌 것으로 봐도 무방해 보인다. 예를 들어, 어떤 BJ언니가 새해를 맞이하여 세배를 했더니 어떤 남성 시청자가 2010개의 별을 쏴줬다고 한다. 별 한개는 100원이므로 20만원이 넘는 돈이 절 한번에 지급된 것이다. 모든 시청자가 매번 이 정도 수준의 별을 쏴주는 것은 아니지만 하루에만 500여명의 시청자가 방에 가득차 있는 것을 보면 분명 납득할 수 있는 수익이다. 참고로, BJ와 아프리카TV 측이 7:3으로 수익을 배분하는 구조이다.

나는 결코 그들을 별창녀라는 가혹한 단어로 부르고 싶지 않다. 좀 한심하고 불쌍해 보이는 이들 남성 시청자들을 비난하고 싶지도 않다. 그들을 그냥 연예인과 팬의 관계로 봐줄 수는 없는 것일까? 소녀시대에게 빠져 각종 선물을 보내주는 남성팬들과 그다지 다를게 없지 않은가! 이 사회는 단지 노력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수익을 거두고 있는 그들에게 시기어린 비난을 하고 있는 것일 뿐이다( 역시 난 이쁜 여자에게 관대하다 ㅋㅋㅋ ).

게다가, 이런 막대한 수익을 거두고 있는 것은 극소수의 BJ들일 뿐이며, 이들의 수익이 지속적으로 가능할 것이가에 대해서도 분명 회의적이다. 우연히, 신미디어를 재빠르게 이용한 극히 일부가 누리는 잠깐의 행운일 뿐이다. 어느 영역에서든 상위 1%는 대접받게 마련이지 않던가! 이미 그들의 막대한 수익에 대한 소문을 듣고 유사한 형식의 방송을 하는 BJ언니들이 생겨나기 시작하였으며, 시장선점 효과를 누리던 인기 BJ언니들 또한 새 BJ언니들과 경쟁관계에 놓이게 되었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는 끼많은 언니들도 많고 이들을 완성해줄 훌륭한 의료진도 많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가 아닐까 생각된다. 점점 더 거친 경쟁이 시작되고, 이미 "별"맛을 알게 된 BJ언니들은 이제 방송을 계속 하느냐 접느냐의 기로에서 갈등할 것이고, 계속 하는 쪽으로 결정한 BJ언니들은 차별화를 고심하게 될 것이며, 그 과정에서 일부는 넘지 말아야할 선을 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될 것이다. 이미 선을 넘은 BJ언니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해야 하는 아프리카TV측은 과연 얼마나 적극적으로 역할을 수행할 것인가? 수익이냐 사회적 책임이냐! VT통신에서 인터넷의 세상으로 바뀐 이후 여러 가지 비지니스 모델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다가 아프리카TV로 겨우 기사회생한 나우콤의 입장에서 어느 쪽도 쉽게 선택할 수는 없을 것이다. 또한, 그들이 어떤 선택을 하던, 제2의, 제3의 아프리카TV가 탄생할 것이며 그들도 똑같은 고민을 한 후 다양한 결론을 도출해 낼 것이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