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산업에서의 경쟁과 독점 『누가 소비자를 가두는가』 김정호

한국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일할 당시, 퇴사하시는 분이 책상 정리를 하시면서 나에게 물려주고 간 책이 한 권 있었는데, 그 책이 바로 김정호씨가 쓴 『누가 소비자를 가두는가』이다. 받은 후 약 1년이 된 지금에서야 읽어 보게 되었는데, 왠지 출판된 당시에 한국MS에서 필독도서 같은 것으로 나눠주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을 해본다. 책을 읽고난 느낌부터 말하자면, 궤변같은데 설득력이 있다.

저자는 일관되게 독점이 나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그렇고 주류경제학마저 독점이 소비자의 효용을 감소시킨다고 말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저자의 다양한 예시와 예리한 설득력은 독자로 하여금 정말 독점은 나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착각에 빠지게 만든다.

저자가 독점을 옹호하는 이유는 독점이라는 것이 경쟁기업에게 손실을 안겨줄 지언정 소비자에게는 오히려 이익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예로 든 사례가 미국 정부의 잘못된 독점규제의 과오를 나열하는 것부터 시작하는데, 록펠러 재단의 철도산업 독점이나 알루미늄 대중화에 획을 그은 알코아 등이 대표적인 것들이다. 가격을 낮추는 것이 경쟁 기업에게 피해를 줄 수는 있어도 소비자에게 결코 나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예이다.

책 후반으로 가면 이 독점규제의 잘못에 대하여 IT 분야로 그 범위를 좁히고, 조금 더 가면 노골적으로 마이크로소프트가 받고 있는 불합리한 독점규제법에 불만을 표현한다. 난 저자가 마이크로소프트의 의뢰를 받아 이 책을 쓴 것이 아닌가하는 의심마저 들었다. 사실여부는 알 수 없고, 그저 그런 느낌을 받았다 정도로만 언급하겠다.

저자가 주장하는 또 하나는 독점기업이 경쟁 기업을 제거한 후 가격을 올려 소비자의 효용을 빼앗아 간다는 항간의 주장이 잘못된 것이라는 점이다. 일부 이런 현상이 일어날 수 있으나, 독점기업이라도 꾸준히 소비자의 만족도를 높이려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빠른 시일안에 혁신적인 경쟁기업이 나타나 독점상태는 끝이 나게 된다는 것이다.

책의 결론은 바로 이것이다. 정부는 관여하지 말라, 보이지 않는 시장이 독점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며, 보이지 않는 시장마저 허용한 독점이라면 결코 악하지 않을 것이다.

책이 나온 시점이 2007년 8월인데, 어찌 되었던 저자의 말은 일정부분 적중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독점하던 인터넷 브라우저 시장은 이미 독점이라는 말을 붙이기가 무색하다. 물론, 보안에 취약한 IE6 으로 오랜시간 줄어 들었던 소비자의 효용은 어쩔 수 없지만...

황당하긴 하지만 꽤나 유익한 책이었다. 독특한 시각으로 독점을 생각할 수 있었고, 언젠가 내가 독점을 옹호해야 할 상황에 놓이게 된다면 이 책을 다시 한번 읽어 볼 생각이다. 정말 설득력 있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