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삭스의 당당함

최근, 유럽의 주요 문젯거리가 그리스의 몰락이라면, 미국의 문제거리는 골드만삭스이다. 고객에게 특정 금융상품을 판매하고 정작 골드만삭스는 반대로 베팅을 한 것이 CEO의 이메일을 통하여 폭로된 것인데, 이로 인하여 골드만삭스의 CEO인 로이드 블랭크파인( Lloyd Blankfein )을 비롯한 핵심 임원들이 상원위원에게 추궁당하는 청문회가 한국시각으로 28일 새벽에 있었다. 위 첨부한 사진은 골드만삭스의 CEO인 블랭크파인을 블룸버그TV에서 인터뷰한 영상 중 한 장면이다.

청문회에 나선 골드만삭스의 사장님은 너무나도 당당한 어투로 존경하는 상원위원들에게 I just did not know, I just don't know, I'm just not sure, I just don't remember 등을 연발하며 도의적 잘못조차 부인했다. 어디서 많이 보아온 답변들 아니던가! 미국도 특별히 다른 것은 없어 보인다.

너무나도 적나라한 그들의 행동에도 그들이 부인할 수 있는 것은 파생상품의 본질적인 특성에 기인한다. 고객에게 특정 파생상품을 판다고 할지라도 이 파생상품의 베팅이 잘못될 수 있으므로 회사는 햇지 목적으로 반대의 베팅을 해야 한다는 것이 그들의 논리다. 즉, 반대의 베팅은 단지 햇지차원의 대응이었지 고객을 일부러 엿먹이려고 한 것이 절대 아니라는 것이다.

고객에게 판 그 특정상품이 바로 부동산담보대출을 증권화한 MBO, CDO인데, 그들은 이들 채권이 휴지조각이 될 가능성에 따라 가치가 상정되는 CDS에 베팅을 하였다. 즉,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로 인하여 그들이 햇지차원에서 베팅한 그 CDS가 대박을 터뜨린 것이다. 이에 대한 그들의 항변 또한,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가 이렇게 일어나리라곤 생각치 못했다, 고의가 아니다 등이다.

어떤 상원의원이 가장 유능한 두뇌집단인 골드만삭스에서 어떻게 몰랐을 수 있느냐는 질문에 골드만삭스의 CEO는 이렇게 답한다. "우린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를 예측할 정도로 )그렇게 똑똑하지 않습니다."

생각해보면, 이 청문회는 어쩌면 미국 상원이 골드만삭스에게 면죄부를 주기 위해 만든 쇼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상원위원 중 골드만삭스에게 정치적인 후원금을 받지 않은 사람을 찾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백악관조차 골드만삭스 앞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수준이다. 골드만삭스가 몰락한다면 그 누가 워싱턴에 후원금을 공급할 것인가! 그렇게 후원금을 퍼붓던 골드만삭스를 상원에서 배신한다면, 어떤 기업이 워싱턴에 자금을 공급할 것인가!

지금은 누구나 골드만삭스와 접촉하는 것을 피하겠지만, 골드만삭스는 곧 그들의 영향력을 회복할 것이 틀림없다. 그들은 그들의 겸손한(?) 답변과는 달리 매우 똑똑하다. 워싱턴을 지배하는 것은 백악관이 아니라 어쩌면 월스트리트일 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지나친 상상일까?

이상욱